변화를 택한 포항이 발빠르게 후속 조치까지 마무리했다.
포항은 22일 최순호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이유는 성적부진이다. 포항은 최근 연패에 빠지며 10위까지 추락했다. 채프만의 갑작스러운 이탈에 이어 주축 선수들의 부상, 부진이 속출하며 팀이 무너졌다. 공을 들인 FA컵마저 탈락하며 위기를 느낀 포항은 빠른 변화를 택했다. 2016년 9월 포항으로 돌아온 최 감독은 2년7개월만에 퇴진하게 됐다. 12년만에 친정 포항으로 돌아와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최 감독은 인천의 욘 안데르센 감독에 이어 올 시즌 두번째로 중도하차한 감독이 됐다.
포항은 곧바로 후임 감독 인선에 나섰다. 대안은 하나였다. 김기동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2016년 최 감독 부임과 함께 포항의 수석코치로 부임했다. 김 감독은 현역시절 포항의 캡틴으로 활약했던 '레전드'다. 선수로, 지도자로 포항에서만 10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다. 현역 시절부터 남다른 리더십과 축구에 대한 깊이로 '차기 포항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포항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은 물론 P급 라이선스까지 보유한 김 감독은 소방수로 손색이 없었다.
당초 포항은 김 감독 대행체제를 구상했다. 김 감독이 포항을 잘 알고 있다고 하나, 감독은 또 다른 위치다. 김 감독은 아직 K리그 감독 경험이 없다. 김 감독에게 대행으로 기회를 준 뒤,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는 플랜을 짰다. 이때 물러나는 최 감독이 나섰다. 최 감독은 수뇌부를 만나 "김 감독은 분명 잘해낼 것이다. 대행으로 가느니, 정식 감독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이 낫다"라고 강조했다. 후배를 위한 길을 활짝 열어줬다. 때로는 갈등도 있었지만, 최 감독-김 코치 체제는 안정감이 있었다. 최 감독은 김 코치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냈다. 평소에도 "김 감독이 나중에 감독이 되면 분명 잘 할 것"이라는 말을 자주했다.
최 감독의 설득에 포항도 생각을 바꿨다.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신임 감독이 책임감을 갖고 팀을 안정화시킬 수 있도록, 김 감독에게 대행 대신 정식 감독 타이틀을 달아줬다. 일찌감치 낙점을 했지만, 발표가 늦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포항은 23일 공식 발표를 통해 김 감독 선임을 알렸다. 김 감독은 2020년 12월까지 포항을 이끈다. 김 감독은 전임 감독의 든든한 지원 속 위기탈출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전임 최 감독도 포항과 인연을 이어간다. 유소년 육성 등 구단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할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