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만장일치로 국제탁구연맹(ITTF) 집행위원에 선출됐다.
유 위원은 22일(한국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코린티아호텔에서 열린 ITTF 정기 총회에서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ITTF는 'IOC위원이 된 탁구인은 연맹 집행위원으로 자동 선임한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어 위원들의 의견을 물었고, 총회에 참가한 각국 임원들이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새 규정이 발효되는 시기는 5월 31일부터다.
유 위원은 지난해 12월 인천 그랜드파이널스 당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위원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이날 최종 승인을 받았다. 한국 탁구인의 ITTF 집행위원 당선은 한상국 전 ITTF 부회장 이후 11년만이다. 임기는 IOC 선수위원과 같은 2024년까지다.
유 위원은 당선 후 "ITTF와 대한탁구협회 사이에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한국 탁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내년에 한국에서 2020 부산세계선수권이 열리는 상황에서 집행위원이 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의미를 전했다.
유 위원의 당선으로 향후 남북 탁구 교류 및 남북 단일팀 구성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유 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남북 단일팀은 큰 의미를 지닌다"면서 "때문에 이를 ITTF에 지속해서 요청했고, 바이케르트 ITTF 회장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단체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단체 은메달 등 4번의 올림픽에서 금, 은, 동을 모두 따낸 유 위원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현장에서 선수단 투표를 통해 IOC 선수위원에 선출됐다. ITTF 집행위원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스포츠 외교관으로서도 더 큰 꿈을 드러냈다. 유 위원은 "사실 ITTF 회장이 최종 목표"라면서 "예전에는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IOC 선수위원과 ITTF 집행위원이 되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수 시절부터 IOC 위원으로 활동하는 기간 내내 물심양면 자신을 지원해준 고(故)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현역에서 물러날 무렵 조 회장님께서 IOC 위원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면서 "이후에도 회장님께서 'ITTF 회장을 꿈꾸라'고 하셨다.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됐다"고 했다. 유 위원은 "지난해 7월 대전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에서 조 회장님이 그렇게 몸이 불편하신데도 바이케르트 회장 의전을 위해 본인 차량을 내주는 등 세심하게 준비를 해주셨다"면서 "이전 5월 스웨덴 세계선수권에서도 남북 단일팀이 성사될 때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덕분에 오늘 집행위원이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탁구협회는 이번 총회에서 ITTF로부터 괄목할 만한 협회상(Outstanding organizing committee)상을 받았다. 대한탁구협회는 7월 대전 코리아오픈, 12월 그랜드 파이널스와 ITTF 스타어워즈 등 국제탁구연맹이 주최하는 대규모 행사를 3회나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한국을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길승영 대한탁구협회 사무차장이 대표로 수상했다. 수상에 이어 유승민 위원(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이 내년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프레젠테이션은 개최 장소인 벡스코의 뛰어난 시설 등을 바탕으로 각국 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유 위원은 "선수 출신으로 한국 및 세계 탁구를 위해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면서 "예전 IOC 위원 초창기 때는 향후 목표에 대한 질문에 '적응하느라 바쁘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이제는 ITTF 회장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고 꿈을 전했다. "무엇이든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위원의 오랜 스승인 강문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역시 애제자의 도전에 대해 "아직 나이가 어린 점이 걸리지만 ITTF 회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탁구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