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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분석] 유재학 유도훈 치열한 전술과 신경전, 챔프전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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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챔피언결정전 '백미' 중 하나는 양팀 사령탑의 치열한 준비와 전술이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산전수전 다 겪은 KBL의 대표적 사령탑들이다. 게다가 양팀 감독 모두 오랜 기간 팀 지휘봉을 잡아 조직력을 극대화시킨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최소화하는 것은 전략의 기본. 양팀 사령탑의 컨셉은 명확했다.

유재학 감독은 노련함을 바탕으로 한 한 수 위의 위기 관리능력이 최대 강점이다. KCC와의 4강전에서도 "접전 상황이면 우리가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던 이유. 즉, 승부처에서 쓸 수 있는 옵션들이 많고, 이런 전술을 제대로 이행하는 베테랑들이 즐비했다. 게다가, 강력한 심리전을 사용했다. '모비스 대세론'이었다.

실제, 양팀의 객관적 전력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전자랜드는 4강전에서 LG를 3전 전승을 누르고 올라올 정도로 강력했다. 여기에 첫 챔프전 진출과 우승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가지고 있었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에서 밀리지 않았고, 챔프전 경험이 부족했지만, 강상재 정효근 이대헌 등 포워드진은 오히려 모비스를 능가했다. 여기에 박찬희 정영삼 김낙현 등 가드진도 만만치 않았다.

유재학 감독은 이런 미세한 차이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디어데이 때 부터 그는 "4전 전승 우승"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전자랜드 첫 챔프전 진출의 불안한 면을 더욱 가중시키기 위한 심리전이다.

반면, 유도훈 감독은 이런 심리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6차전까지만 가면 우리가 유리하다"고 했다.

모비스는 승부처에서 양동근 문태종 함지훈 등에 대한 의존도가 많은 팀이다. 즉, 체력에서는 전자랜드가 확실히 앞선다. 때문에 시리즈를 '체력전과 장기전'이라는 콘셉트를 가져갔다.

구체적 전술의 승부에서도 용호상박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전자랜드가 하이(함지훈)-로(라건아) 포스트 공격을 할 때, 순간적으로 골밑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약점을 역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1차전, 동점 상황에서 양동근의 결승 3점포가 나온 핵심 이유였다.

당시 이대성과 라건아가 3점 라인 밖에서 2대2 공격을 시도. 이때 함지훈이 자유투 라인 부근으로 올라왔고, 전자랜드는 순간적으로 수비가 골밑으로 몰렸다. 왼쪽에는 양동근, 오른쪽 코너에는 문태종이 있었다. 함지훈의 선택은 양동근이었고, 깨끗하게 림을 통과하며 1차전을 모비스가 잡아냈다.

유도훈 감독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몸싸움의 극대화'라는 판정 기준을 최대한 이용했다. 전자랜드는 강력한 활동력으로 모비스의 2대2 공격을 하프 라인 근처부터 차단했다. 당시 1차전이 끝난 뒤 유도훈 감독은 "파울이 어느 정도 나와도 되기 때문에 강력하게 붙어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계속 강조했다. 완벽하게 통했다. 모비스 이대성 양동근은 전자랜드의 강력한 압박에 제대로 된 2대2 공격을 하지 못했고, 라건아와 함지훈이 고립되는 단절 현상이 생겼다.

전자랜드의 19점 차 대승. 1승1패가 됐다. 경기 흐름은 급격히 전자랜드로 쏠렸다.

하지만, 2차전에서 외곽의 핵심인 기디 팟츠가 어깨 부상으로 아웃. 모비스는 3차전에서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전자랜드에 완승. 그러자 4차전에서 전자랜드는 투 할로웨이를 전격 영입했다. 유도훈 감독은 4쿼터 승부처, 팀이 뒤진 상황에서 찰스 로드를 빼고 투 할로웨이를 전격 투입했다. 결국 할로웨이의 강력한 3점포가 연속으로 림을 통과하면서 6점 차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모비스는 무서울 정도로 냉정했다. 반면, 전자랜드는 박찬희와 정영삼 등 베테랑들이 벤치를 지켰고, 차바위 정효근 김낙현 등이 잇단 공수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했다. 결국 모비스의 1점 차 승리.

결국 모비스가 챔피언에 올랐다. 1, 4차전 경기 내용은 역대급이었다. 양팀 사령탑들의 치열한 전술과 신경전의 산물. 이번 챔프전의 '묘미'였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