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결정 4차전이 끝났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1쿼터 25.6초를 남기고 격렬히 항의했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코트에는 물병 등 이물질이 날아왔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미심쩍은 상황이 생길 때 마다 머쓱한 미소를 짓거나, 제스처를 취하며 심판에게 항의했다. 종료 직전, 투 할로웨이가 넘어지자, 전자랜드 벤치는 난리가 났다. 유도훈 감독을 비롯해 코트 안으로 들어오면서 다시 격렬히 항의. 전자랜드 한 팬은 경기 본부석으로 달려가 항의하는 상황도 나왔다.
과연 4차전 판정은 전자랜드도, 모비스도 납득하기 힘든 수준의 '형편없는' 오심 퍼레이드였을까.
논란의 소지가 될 만한 판정을 세세하게 뜯어보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오심 가능성이 있는 파울 콜과 함께, 코트 안 선수들이나 감독들이 항의한 파울 콜 상황까지 총 31개를 일일이 검토했다.(필자가 3차례 비디오 분석을 한 뒤, 31개의 콜을 KBL에 의뢰했고, KBL 심판부에서 TV 영상 외 자체 카메라 6대까지 분석해 응답했다)
▶의도적인 콜이 있었나
판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부터 살펴보자. 판정의 기준이다.
전 세계 모든 농구가 중요시하는 부분이다. 몸싸움을 권장하든, 민감하게 휘슬을 불든, 양팀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1쿼터와 4쿼터가 달라서도 안된다.
그 점에서 챔프전 판정 기준은 역대 사례로 볼 때 매우 견고한 편이다.
과거 예를 들어보자. A팀이 기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불지 않던 트레블링 콜이나 스크린 파울을 지적한다. 명백하지도 않다. 즉, 전반전 트레블링 콜이나 스크린 파울의 기준이 후반에는 달라진다. 몸싸움도 마찬가지다. 승부처가 될 수록 휘슬 자체가 매우 소프트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챔프전에서는 몸싸움을 극대화하는 판정 기준을 가지고 휘슬을 불고 있다. 대체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오심'이 나올 수 있다. 명백한 슈팅 상황에서 반칙을 '몸싸움의 극대화'라는 판정 기준 때문에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국내 심판의 약점인 공중볼에 대해서도 '오심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농구 전문가에게 물어봐도 '의도적 콜'에 대한 얘기를 하진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판정 기준 자체가 견고하기 때문에 '의도적 콜(예를 들어 홈콜)'이 나올 확률 자체가 희박할 수밖에 없다.
▶4차전 오심들
1쿼터 확실히 전자랜드가 약간 불리한 부분이 있었다. 1쿼터 8분53초를 남기고 찰스 로드의 슈팅, 4분56초를 남기고 차바위의 슈팅은 파울을 지적하는 게 맞다. 심판부에서 오심을 인정했다.
또, 2쿼터 9분31초를 남기고 라건아 포스트 업 시, 로드의 파울, 이대성의 터치 아웃도 오심이다. 그런데 상황을 자세히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오심이었다. 예를 들어 이대성의 경우 발꿈치를 든 상태에서 라인을 밟지 않았지만, 심판의 시선은 위에서 내려보고 있기 때문에 착시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찰스 로드의 골밑 돌파나 라건아의 포스트 업 공격도 순간적 동작이다. 놓칠 가능성이 있는 파울이었다.
즉, 논란이 될 만한 31개의 콜 중 4개의 오심은 경기 중 나올 수 있는 판정이다. 챔프전에서 모든 순간이 중요하긴 하지만, 승부처에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은 상황도 아니었다.
▶'아이러니컬한' 정심
유도훈 감독이 격렬하게 항의했던 2개의 장면을 보자.
1쿼터 25.6초를 남기고 정효근이 돌파한다. 쇼터가 따라 붙는다. 접촉이 일어나고 정효근의 레이업 슛이 실패한 뒤 쓰러진다. 명백한 파울이라고 판단한 유 감독은 그대로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넘어서 격렬히 항의한다.
하지만 KBL의 결론은 '정심'.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홍기환 심판 부장은 "쇼터의 왼팔을 자세히 보면 밴드 상황(구부러져 있어서 공격자 진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상대를 그 상태에서 밀면 푸싱 파울이지만, 밴드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 쇼터가 정효근의 진로를 방해하지도 않았다. 정효근이 왼손으로 레이업슛을 쏠 때 접촉이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위에서 촬영된 카메라를 봤는데, 접촉이 없었다. 때문에 파울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슬로 비디오를 살펴보면, 쇼터가 정효근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고 일직선 상으로 달리면서 그대로 점프 수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미한 접촉이 나오지만, 슈팅 과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KBL 심판부에서는 했다.)
또, 논란이 됐던 마지막 장면. 할로웨이가 넘어지는 장면에서도 KBL이 판정을 위해 자체적으로 설치한 6대의 카메라를 분석한 결과, 이대성과의 접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지는 장면이 슬로 비디오로 나온다.
그렇다면 모비스 측에서 불만을 가질 수 있는 2, 3, 4쿼터의 판정 상황을 보자.
라건아의 테크니컬 파울. 조금 약하긴 하지만, 심판에게 정면으로 소리를 치거나 항의하면 테크니컬 파울이 맞다. 직전 상황에서 파울을 주장하면서 불만으로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분석 결과 파울도 아니었다. 정심이다.
클라크의 로드와의 몸싸움 파울, 라건아의 리바운드 경합 시 쓰러지는 장면에서 파울이 불리지 않은 것도 모두 정심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파울을 주면, 챔프전에서 그동안 견고하게 쌓은 '몸싸움을 극대화하는' 판정 기준 자체가 오락가락하게 된다.
지난 시즌, KBL 고위 수뇌부의 지침에 따라 판정 항의에 대한 '문'이 차단됐던 것과 달리, 올 시즌에는 자유롭게 질의한다. 심판진도 적극적으로 응대한다. 하지만, 정규리그부터 사령탑과 선수들은 악용한다. 습관적으로 항의한다. 슬로 비디오를 돌려보면 대부분 정심이다. 이번 챔프 4차전에서도 선수들의 항의한 대부분의 장면들이 정심이다. 선수 자신의 실수를 덮거나, 좀 더 유리한 판정을 받아내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이런 '과도한 판정 항의'를 보고, 그동안 판정에 불신이 쌓여있던 관중은 동요된다. 결국, 4차전 이물질이 날아오고, 경기가 끝난 뒤 팬이 본부석에 난입하는 장면이 나왔다. 비디오 분석 결과,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사령탑의 항의, 구시대적 발상
1차전,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차바위의 터치 아웃에 대해 격렬히 항의했다. 결과적으로 유 감독의 착각이었다. 차바위의 노 터치.
2차전, 모비스 벤치가 다시 터치 아웃 판정에 대해 격렬히 항의했지만, 그대로 심판진은 경기를 진행시켰다. 승부처에서 심판의 재량 외에는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감독이나 선수의 항의에 비디오 분석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해놨기 때문이다.
유재학 감독은 흥분하지 않으면서 자주 어필한다. 의도적인 심판과의 교묘한 심리전이다.
1차전에서 유재학 감독이 격렬히 항의하자, 2차전에서는 유도훈 감독이 라건아 스크린 시 정영삼이 쓰러지는 장면에 대해 격렬히 항의한다.(이 파울을 불면, 찰스 로드, 함지훈, 아이라 클라크의 무빙 스크린은 당연히 계속 불어야 한다. 즉, 판정 기준 자체가 무너진다. 이미 심판진은 이 부분에 대해서 과도하지 않을 경우, 불지 않기로 합의한 듯 하다. 세 선수의 습관적 무빙 스크린을 불면 경기가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라건아의 스크린은 매우 정석적이다)
두 감독들은 경험이 풍부하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단지, 그 상황에 흥분했을까. 그럴 리 없다. 철저한 계산 속에서의 의도적 움직임이다.
유재학 감독은 테크니컬 파울을 받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자주 항의를 하면서 판정의 유리함을 획득하려 하고, 유도훈 감독은 강하고 임팩트있게 항의해 다음 판정에서 유리하게 만들려고 한다.
1~2차례의 항의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습관적으로 항의를 하고, 유도훈 감독은 '마지노선'을 넘어서 항의한다. 예전, 판정 기준이 오락가락하던 시절, 심판진과 신경전을 벌일 때와 똑같다. 한마디로 '구시대적'이다.
결국 코트 안의 선수들의 동요하고, 지켜보는 농구 팬이 동요한다. 근거없는 판정 불신은 깊어진다.
판정이 정말 이상하다면 모를까, 있을 수 있는 '오심' 혹은 애매한 상황, 혹은 심판 재량에 맡길 수 있는 판정에 대해서까지 항의한다. 결국 양팀 팬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나온다. 근거없는 '홈콜'이라는 단어가 인터넷 상에 횡행한다.
결국, 올 시즌 '판정불신'은 국내 심판의 기량과 능력의 문제도 있지만, '판정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는 프로팀 사령탑과 선수들에게도 많은 '지분'이 있다.
정말 이상하다. 각 팀들은 경기가 끝나면 '비디오 분석'을 한다. 농구를 몇 십년씩 한 '사람'들이다. 때문에 심판이 '장난'을 치는지, 미숙하지만 최선을 다해 판정을 내리는 지는 '감'으로 벌써 알 수 있다. 게다가 비디오 분석을 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1, 4차전은 명승부였다. 경기 직전 바다와 배, 그리고 별을 형상화한 전자랜드 구단의 3, 4차전 식전 행사는 오랜 만에 챔프전 긴장감을 불어넣는 수준급의 이벤트였다. 4차전, 경기 내용도 '역대급'이었다.
챔프전이 근거없는 '판정 논란'으로 얼룩질 필요가 없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챔프 4차전 판정 분석
쿼터 남은 시간=내용=최종분석
1쿼터 8분53초=찰스 로드 슈팅, 문태종 노 파울=오심(파울)
1쿼터 4분56초=차바위 슈팅 시 문태종 노 파울=오심(파울)
1쿼터 3분52초=정효근 슈팅 시 양동근 파울 혹은 정효근 터치아웃=확인불가
1쿼터 2분6초=찰스 로드 스크린 파울, 로드 항의=정심
1쿼터 25.6초=정효근 돌파 시 쇼터 접촉. 노 파울=정심
2쿼터=9분31초=라건아 포스트 업, 로드 노 파울=오심(파울)
2쿼터=8분57초 쇼터 슈팅 시, 할로웨이 팔 접촉, 노 파울=확인불가
2쿼터=8분31초=쇼터 돌파 시 정효근 푸싱 노 파울=정심(정상수비)
2쿼터=6분14초=할로웨이 돌파시 항의. 노 파울. 모비스 공격권=정심(할러웨이 최종터치)
2쿼터=5분16초=찰스 로드 골밑돌파 시 노 파울=정심
2쿼터=5분10초=쇼터 공격자 파울=정심(수비자 자리잡고 있음)
3쿼터=8분46초=이대성 라인 크로스=오심(심판 내려다보니 발뒷꿈치 닿았다고 추측)
3쿼터=7분47초=할로웨이 골밑 돌파, 이대성 블록? 노 파울 선언=정심(블록슛)
3쿼터=6분26초=라건아 돌파 시 노파울, 라건아 테크니컬 파울 적절?=정심(노 파울), 심판에 소리 지르고 항의(테크니컬 파울)
3쿼터=5분30초=이대헌 포스트업, 함지훈 파울=정심
3쿼터=5분2초=이대성 돌파 시 아웃. 노파울 선언(이대성 항의)=정심(노 파울)
3쿼터=4분16초=찰스 로드 골밑, 클라크 파울=정심(왼손으로 로드 팔 당김)
3쿼터=4분2초=찰스 로드 파울=정심(팔을 침)
3쿼터=3분40초=쇼터 터치 아웃 판정=정심
3쿼터=3분19초=문태종 돌파 시 강상재 파울=정심
3쿼터=1분37초=박찬희 넘어짐. 클라크 스크린 노 파울=정심(스크린 파울 아님)
4쿼터=9분18초-클라크 파울, 찰스 로드와 몸싸움=정심(파울)
4쿼터=7분47초=로드 터치 아웃, 노 파울 선언=정심(노 파울, 공을 침)
4쿼터=6분13초=강상재 파울=정심
4쿼터=4분37초=할로웨이 팔 끼는 부분. 노 파울=정심(공격자 파울로 선언하긴 많이 약함)
4쿼터=3분54초=양동근 일반 파울, U파울인가?=정심(U 파울 아님)
4쿼터=2분17초=리바운드 경합 시 라건아 쓰러짐. 노 파울=정심(정상적 리바운드 다툼)
4쿼터=42.2초=리바운드 경합 시, 문태종 파울=정심(문태종 상대선수 잡음)
4쿼터=42.2초=할로웨이 하프라인 바이얼레이션 안 불림=정심(하프라인 바이얼레이션 아님)
4쿼터=7.5초=라건아 슛 성공 후, 파울. 김낙현 파울=정심(팔 접촉)
4쿼터=3.4초=할로웨이 넘어짐. 이대성 노 파울=정심(자체 카메라 분석까지 포함, 접촉에 의한 쓰러짐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