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범은 FA(자유계약선수)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2012년 NC 다이노스의 특별 지명을 받아 입단했지만 1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는 못했었다. 경찰 야구단에서 병역을 해결하고, 그가 조금씩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은 지난해. 김경문 전 NC 감독이 "싸우는 법을 아는 투수"라는 칭찬을 하기도 했다. 제구력이 좋아 선발 투수로서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NC는 7~8월에 이형범에게 총 4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줬다.
두산은 이형범에게 '기회의 땅'이다. 스프링캠프때부터 김태형 감독은 이형범을 선발 자원으로 분류하고 준비를 시켰다.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 이용찬, 유희관, 이영하 등 기존 선발 멤버들이 탄탄해 이형범이 비집고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지금 불펜에서 가장 요긴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필승조 박치국, 마무리 함덕주 사이를 연결해주는 존재가 바로 이형범이다. 13경기에 등판한 그는 4승무패 2홀드 평균자책점 2.53으로 두산 불펜의 '꽃'같은 활약을 해내고 있다.
최근 5경기 연속 무실점.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선발 유희관이 물러난 이후 4-4 동점이던 6회말 등판한 이형범은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선빈-최형우-나지완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타자들이 이형범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7회초 두산이 리드를 되찾으면서 구원승은 이형범 차지였다.
불펜에서 어느새 4승. 팀내 최다승이다. 린드블럼(3승)보다도 1승이 더 많다. 리그 전체로 통틀어도 4승에 가장 먼저 도달한 투수가 이형범이다. 물론 더 많은 경기를 치르다보면, 기회가 많은 선발 투수들에게 순위가 밀려나겠지만 그래도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시즌 출발이다.
만약 이형범이 지금같은 활약을 해주지 않았다면, 두산 불펜은 더욱 힘에 부쳤을 수 있다. 특히 박치국과 함덕주에게 쏠린 무게가 더욱 기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형범은 이제 '보상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스스로 성공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광주=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