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유격수 오선진(30)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서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 초반 연이은 부상으로 고전했다. 무엇보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은 지난달 2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수비 도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복귀까지 6개월이 소요되는 큰 부상. 수비에서 하주석을 대체할 선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타격은 더욱 컸다. 그러나 그 빈자리에 투입된 오선진이 걱정을 말끔히 지우고 있다. 그는 올 시즌 2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5푼1리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공격과 수비에서 맡은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누구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뛰고 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작년보다 여러 가지로 좋아졌다. 1군 캠프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본인이 많이 느낀 것 같다. 중요한 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준비를 잘하고 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오선진은 "1군 캠프에 가지 못해서 당연히 자극을 받았다. 프로 12년차 생활하면서 입대 기간을 제외하고는 1군 스프링캠프에 못 간 게 처음이었다. 좋은 후배들도 들어왔기 때문에 이러다가 1군 경기를 못 뛰고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박해진 건 사실이다. 후배들도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타격 쪽에서 따로 많이 준비한 건 없다. 하지만 2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배려해주셨다. '타석에서 이걸 바꿔라'라고 말씀하시기 보다는 의논하면 맞춰갔다. 초반에 운 좋게 내 타이밍에 잘 맞으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결과가 좋게 나온 덕분에 자신감이 커졌고, 타석에서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오선진의 야구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2017년 타율 3할1푼으로 꽃을 피우는 듯 했으나, 2018년 56경기에서 타율 2할2푼6리로 부진했다. 결국 올해 초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그는 "작년에도 자신감은 있었다. 결과가 나왔어야 했는데 기대하시는 것 만큼의 만족감을 못 줬다. 급하게 야구를 했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고 되돌아봤다.
올 시즌은 다른 출발이다. 결과가 좋게 나오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오선진은 "올해는 더 잘하려고 한다. 목표는 없다. 시즌 끝까지 없을 것 같다"면서 "(하)주석이가 빠져 있어도 '오선진으로 경기가 되는구나. 도움이 되는 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잘하고 싶다. 컨디션 관리, 체력 안배에 신경 쓰기 보다는 매일 경기를 잘 하고 싶은 게 올 시즌의 자세다"라고 했다.
오선진은 "야구가 참 어렵다"고 말한다. 꾸준히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에도, 2017년에도 잠깐 잘했다. 내 나름대로 타석에서 정립된 부분도 있었고,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작년에는 정말 야구가 안 되더라. 올해는 계속 좋은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 야구는 끝까지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수원=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