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이란 말이 있다. 초심자에게 의외의 행운이 깃든다는 의미.
삼성 6년차 내야수 박계범(23)이 잊을 수 없는 타석 데뷔전을 치렀다.
박계범은 18일 포항 키움전에 앞서 손주인 대신 엔트리에 등록됐다. 좌완 선발 요키시를 맞아 주전 유격수 이학주 대신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김한수 감독은 "2군에서 잘해 왔다"고 콜업과 출전 이유를 설명했다.
0-0으로 팽팽하던 2회말. 러프의 안타와 최영진의 2루타, 김동엽의 볼넷으로 2사만루에 첫 타석이 돌아왔다.
전날까지 포항 경기 2연패. 마운드에 에이스 헤일리가 버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선취점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가뜩이나 이날 경기 전 삼성 야수진은 김한수 감독 주재로 미팅을 가지고 필승을 다짐한 터. 부담스러운 타석이 하필 프로데뷔 첫 타석이었다. 데뷔 후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8경기에 대주자나 대수비로만 출전했던 그에게 1군 경기 타석은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타석에 선 박계범은 의외로 씩씩했다. 거침 없이 초구부터 배트를 시원하게 돌렸다. 좌완 요키시의 1,2구 변화구를 헛스윙 했지만 얼굴에는 자신감이 남아있었다. 하이볼 하나를 골라낸 박계범은 변화구 2개를 잇달아 커트해내며 생존 본능을 발휘했다. 볼카운트 1B2S. 6구째 145㎞짜리 투심패스트볼에 자신있게 배트를 돌렸다. 공은 우익선상으로 빗맞은 뜬공이 됐다. 하지만 코스가 절묘했다. 1루수 우익수 2루수가 모두 따라갔지만 아무도 잡을 수 없는 선상 안쪽에 톡 떨어지는 행운의 적시 2루타였다.
가장 절실한 순간 터진 프로데뷔 첫 안타. 김상수는 벤치에서 나와 키움으로 부터 공을 건네 받아 박계범에게 소중한 첫 안타 기념구를 전달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박계범의 프로데뷔 첫 타석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