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선발진 호투에 미소 짓고 있다. 특히, 좌완 이승호(20)는 에이스 자질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승호는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안타(1홈런) 3볼넷 10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승호는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따냈다. 이날 경기에서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10개)과 투구수(114개)를 기록했다. 종전 최다 탈삼진은 6개, 최다 투구수는 99개였다. 이승호는 최고의 피칭으로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비록 키움이 한화에 2대3으로 패했으나, 이승호의 호투는 강렬했다.
올 시즌 키움 선발진은 순항하고 있다. 에이스 제이크 브리검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으나, 국내 선발 투수들이 빈자리를 완벽히 메우고 있다. 이미 2년 연속 10승으로 국내 에이스로 자리 잡은 최원태. 그리고 올해 처음 선발로 낙점된 이승호, 안우진이 연이어 호투하고 있다. 앞선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이승호는 4번째 등판에서 개인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에이스 자질을 보여줬다.
이날 키움은 사실상 차, 포를 모두 떼고 경기에 임해야 했다. 중심 타자 박병호와 김하성이 허리 통증으로 출전할 수 없기 때문. 게다가 마무리 투수 조상우는 이틀 연속 등판으로 휴식이 주어졌다. 불펜이 불안한 상황에서 조상우의 등판이 잦았다. 최근 연투가 많아 장정석 키움 감독은 휴식을 결정했다. 선발 이승호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
시작은 불안했다. 이승호는 1회초 2사 후 송광민, 제러드 호잉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실점했다. 2회초에는 선두타자 최재훈을 상대로 던진 2구 커브가 가운데 몰리면서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먼저 2점을 잃었다. 하지만 이승호는 이전 등판과 마찬가지로 흔들리지 않았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가진 구종을 고르게 활용하며 이닝을 지워갔다. 위기의 순간에는 탈삼진 능력을 보여줬다. 3회초 1사 1,2루 위기에선 호잉을 삼진, 김태균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큰 위기도 없었다. 7회에도 등판한 이승호는 정근우, 양성우를 연속 삼진으로 잡았다. 오선진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후에는 키움 벤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논의 끝에 이승호로 밀어 붙였고, 그는 정은원을 2루수 땅볼로 막고 기대에 부응했다.
2-2로 비긴 8회초 교체되면서 승리를 따내진 못했다. 그러나 이승호는 7이닝 114구로 '4선발' 그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조상우가 없는 불펜진의 부담도 덜었다. 또 초반 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좋은 구위와 체인지업이라는 확실한 주무기. 그리고 이닝 소화 능력까지, 좌완 에이스의 위용을 뽐냈다.고척=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