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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베스→벤덴헐크→헤일리, 에이스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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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용병 에이스. 없이 지낸지 꽤 오래됐다.

특히 왕조가 막을 내린 지난 3년간 외국인 가뭄이 이어졌다.

단비가 간절했던 시점. 진짜가 나타났다. 저스틴 헤일리다.

데뷔 후 첫 2경기에서 한국야구의 차이점을 간파한 그는 빠르게 적응했다. 단 3번째 경기부터 괴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6일 인천 SK전에 선발 7이이닝 동안 10개의 탈삼진 속에 2피안타 무실점. 시작에 불과했다. 12일 대구 KT전에는 선발 8이닝 동안 11개의 탈삼진 행진 속에 역시 2피안타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2경기 15이닝 동안 4피안타 무실점. 탈삼진을 무려 21개 잡아내는 동안 4사구는 제로였다. 삼성을 넘어 최근 2경기 연속 이 정도의 포스를 내뿜은 투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2경기 연속 두자리 수 탈삼진은 삼성 역대 외국인투수 최초의 기록이다. 두자리 수 탈삼진은 '강한 투수'의 상징 같은 수치다. 좀처럼 보기 드문 기록이다. 1998년 부터 영입한 삼성 역대 외국인 투수 중 두자리 수 탈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단 6명.

벤덴헐크가 최다인 4차례, 갈베스가 2차례, 베이커, 엘비라, 브라운, 웹스터가 각각 1차례씩 기록한 바 있다. 헤일리는 단 4경기 만에 2차례로 갈베스와 타이다.

아직 시즌 초임을 감안하면 헤일리는 벤덴헐크의 4차례 기록을 뛰어넘을 공산이 크다. 또한 역대 삼성 용병 중 한시즌 최다 두자리 수 탈삼진을 기록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삼성 용병의 한 시즌 최다 두자리 수 탈삼진은 벤덴헐크가 2014년에 기록한 3차례다. 강력한 외국인투수로 인상을 남긴 갈베스가 2001년 두차례로 뒤를 잇고 있다. 헤일리가 올시즌 2번만 더 두자리 수 탈삼진 경기를 펼치면 구단의 용병투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다.

헤일리의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다. 14일 현재 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 3차례에 평균자책점은 2.52. 탈삼진 31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닝 당 출루허용(WHIP)도 0.72로 선두다. 이닝 당 탈삼진은 1.24개(31탈삼진/25이닝)으로 9이닝 당 평균 탈삼진은 11.16개에 달한다. 삼진과 볼넷 허용 비율은 무려 10.33(31탈삼진/3볼넷)다.

군더더기 없는 시원시원한 피칭. 볼넷은 거의 안 내주면서 탈삼진은 많은 전형적인 에이스의 모습이다.

헤일리의 삼진쇼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현미경 분석을 통해서도 극복하기 힘든 유형이기 때문이다. 크로스로 숨겨져 나오는 디셉션에 긴 익스텐션, 2m에 달하는 높은 타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고 150㎞ 패스트볼이 구석구석에 제구가 된다. 패스트볼 자체도 공략이 어려운데 슬라이더와 커터의 변화각도까지 예리하다.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 만으로도 타자의 머리가 복잡하다.

그토록 원했던 외국인 에이스의 등장. 최근 이어진 용병 투수 흑역사를 단숨에 잊게할 만큼 강렬하다. 헤일리가 수줍은 봄꽃 처럼 삼성 팬들에게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