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힘이 느껴진다. '흑색 군단' 성남 FC의 상승 행보가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성남은 지난 13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두 가지 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이날 승리로 3경기 연속 무패(무-무-승) 행진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리그 개막 2연패로 시즌을 최악으로 출발했던 성남은 중위권까지 순위를 끌어올리게 됐다.
두 번째는 올 시즌 첫 번째 멀티골-무실점 경기가 나왔다는 점이다. 공격에서는 미드필더 김민혁이 전반 23분 선제 중거리슛을 결승골을 터트린 데 이어 후반 31분에는 페널티킥을 유도해내며 쐐기골을 이끌었다.
수비에서는 특유의 스리백 라인이 안정적으로 포항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변수가 있었음에도 스리백 라인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변수는 바로 계속 중앙 수비를 맡았오던 임채민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이에 대비해 성남 남기일 감독은 라이트 풀백 연제운을 중앙으로 이동시키고, 임채민이 나서던 자리에 임승겸을 내보냈다. 임승겸은 흔들림 없이 수비 임무를 완수했다. 성남 수비수들의 포메이션 이해도가 높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간 성남 남기일 감독은 기본적으로 수비적인 안정성이 강한 스리백을 기초로 하는 팀 전술을 구사해왔다. 물론 지난 3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의 경우에는 경기 시작 때 포백을 가동했다. 그러나 전반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 후반에 다시 스리백으로 시스템을 바꿨고, 여기서 발생한 안정감을 바탕으로 결국 후반 동점골로 무승부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 경기 이후 성남은 조직력이 더욱 강해진 모습이다. 강팀 대구와 무승부에 이어 포항을 격침시켰다.
남 감독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이 결국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를 상승시키면서 팀이 전반적으로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나아지고 있는 성남FC의 현재다.
그러나 이 상승 무드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그리고 앞으로 더욱 커질 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상승 무드에 제동을 걸 수도 있는 또 다른 변수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7라운드까지 4개의 공격포인트(2골-2도움)를 기록하며 중원에서 성남 공격을 핵심적으로 이끌던 김민혁이 이제 곧 팀을 떠나는 것. 김민혁은 최근 상무에 최종합격해 22일에 입대가 예정돼 있다.
입대 전까지는 2경기(17일 FA컵 상주 상무전, 20일 K리그1 8라운드 울산전)에 나설 수 있다. 일단 여기까지는 성남의 상승 무드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김민혁이 빠진 뒤가 문제다. 워낙 팀내 비중이 큰 선수여서 대체재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을 듯 하다. 과연 남 감독이 어떤 해법을 찾아 상승세를 이어갈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