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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유재학 vs 유도훈, '二유' 있는 챔피언결정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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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유'가 있다. 챔프전에 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그들은 물밑에서 치열한 심리전을 펼친다. '이유'가 있다.

챔프전에서는 미디어데이를 비롯, 라커룸 인터뷰와 경기 후 인터뷰를 가진다. 그들의 말 속에는 '뼈'가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미 양팀의 장, 단점은 모두 나온 상태다. 단기전인 챔프전에서 자신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최소화해야 한다. 반대로 상대의 약점은 적극 공략해야 하고, 강점은 최대한 축소해야 한다.

여기에 선수들의 심리 상태는 매우 중요하다. '자신감'은 매우 추상적이지만, 챔프전의 1~2점 싸움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 요소다. 즉, 양팀 사령탑의 '뼈'있는 말은 여러가지 복잡한 양팀의 장, 단점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양팀 사령탑이 무심코 던지는 '말'에는 복합적 심리전이 숨어있다. 구체적 실체를 살펴보자.

▶유재학 감독의 확신 발언

유 감독은 심리전에 대해 '쿨'하다. 그는 "난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두 수, 세 수를 보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단지, 사실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도 맞다. 하지만, 여기에도 고도의 심리전이 숨어 있다.

그의 말은 '팩트'를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예전 동부나 SK와의 챔피언 결정전 때 유 감독은 "동부 윤호영은 오른쪽 돌파밖에 하지 못한다", "SK 김선형은 왼쪽 돌파를 거의 하지 않는다. SK 선수들이 모두 그렇다. 양쪽 돌파를 다 하는 선수는 주희정 정도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이다.

여기에 SK의 3-2 드롭존에 대해서도 "10초 안에 깰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실제 당시 SK의 3-2 지역방어는 예전 '동부산성'의 3-2 드롭존에 비해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그의 말은 자세히 보면, 사실에 기반한다.

그렇다고 챔프전의 심리전과 무관하다는 것은 아니다. 신중하게 얘기할 수도 있는 부분에 대해 그답지 않게 '확신' 발언을 한다.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일단 모비스 선수들에게 확신을 심어준다. 여기에 상대팀 선수들이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심리적 동요'를 심어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기디 팟츠에 대한 발언이다. 그는 1차전 직전 "팟츠는 LG와의 4강전에서 잘했다. 핵심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잽 스텝(공을 잡은 뒤 공간을 만들거나 돌파하기 위해 한쪽 다리의 스텝을 놓는 기술)이다. 잽 스텝에 LG 수비수들이 동요했고, 공간을 만들어서 슛이나 돌파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우리 수비 방법은 다르다. 잽스텝을 아예 놓지 못하게 한다. 주로 오른발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 공간을 아예 주지 않고 바짝 붙어서 수비한다"고 디테일한 수비 기술을 공개했다. 실제, 오용준이나 이대성은 1차전에서 그런 수비를 했다.

하지만, 심리적 요소가 숨어 있다. 팟츠의 1대1 공격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은연 중에 만드는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4강 LG전에서 맹활약했던 이대헌에 대해서는 "함지훈을 3명(강상재 정효근 김상규) 정도로 막던 것은 4명으로 늘어난 것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고, 찰스 로드에 대해서도 "중거리슛을 쏘면 오히려 우리는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1차전 효과적으로 깨지 못했던 전자랜드 2-3 지역방어에 대해서도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지역방어는 항상 자신있다. 깨지 못한 이유는 전자랜드가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공격을 서둘렀기 때문"이라며 전자랜드의 지역방어가 효과적이었던 게 아니라 모비스의 공격에 대해 지적했다. 즉,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깰 수 있다는 의미. 하지만, 모비스 4강과 챔프전에서 지역방어에 대해 어느 정도 고전하는 것은 사실이다.

▶유도훈 감독의 돌려치기

기본적으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인터뷰에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는 항상 기본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1차전 전술에 대해 물어보면 "선수들이 자신의 플레이를 해야 한다. 우리 플레이를 하면 이길 수 있다"와 같은 다소 추상적 발언을 한다.

하지만, 그의 머리는 계산이 서 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구체적 전술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려한다. 정규리그와 PO에서 모두 그렇다. 그의 특유의 성향이다.

하지만, 상대의 약점에 대해서는 챔프전 때 다소 '과감'하게 발언한다.

예를 들어 "모비스는 200살이 코트에서 뛰고 있다. 체력은 우리가 확실히 앞선다. 6차전까지 끌고 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팩트다. 충분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여기에 '돌려치기' 기술이 가미된다.

그는 양동근 이대성의 3점슛에 대해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은근히 강조한다.

유 감독은 "문태종 오용준의 3점슛은 무섭다. 때문에 2대2 수비를 할 때, 파이트 스루(스크리너 앞으로 지나쳐 가는 적극적 2대2 수비 방법)를 해야 한다. 하지만 슬라이드(2대2 수비수 스크리너 뒤쪽으로 돌아가는 방법. 소극적 수비법이다.)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모비스는 2대2 공격을 많이 한다. 이때, 전자랜드의 수비방법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유도훈 감독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점슛이 정확한 문태종과 오용준은 적극적 수비법인 파이트 스루 방식의 수비를 사용하고, 이대성과 양동근에게는 슬라이드로 3점슛보다는 돌파와 2대2 연결 수비에 치중한다. 즉, 양동근과 이대성의 3점슛 허용은 별 문제가 없다는 의미.

실제, 1차전 승부처에서 이대성과 양동근에게 외곽포를 얻어 맞았지만, 유도훈 감독은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

오히려 "2-3 지역방어가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비스가 외곽이 터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섞어서 쓸 생각"이라고 했다.

또, 라건아에 대해서도 "포스트 업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챔프전이 진행될수록, 양팀의 장, 단점은 노골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양팀 사령탑의 심리전도 좀 더 과감해질 확률이 높다. '二유'있는 양팀 사령탑의 심리전이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