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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듯 안되는 경남, '빌드업 딜레마' 풀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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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듯 될 듯 안된다. 단순히 경험 부족으로 치부하기에는 답답한 무언가가 있다. 안풀리는 경남 이야기다.

지난 시즌 승격하자마자 준우승을 차지한 '기적의 팀' 경남이 초반 흔들리고 있다. K리그는 6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는 E조 3위를 달리고 있다. 나쁘지 않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기력이 불안정하다. 9일 홈에서 치른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2019년 ACL 조별리그 3차전은 경남의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주말 서울전에 2군을 내보낼 정도로 가시마전 승리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경남은 초반부터 가시마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특유의 공격축구가 통했다. 올 시즌 패턴대로 후반 골러시를 이어갔다. 경남은 올 시즌 8경기에서 기록한 15골을 모두 후반에 넣었다. 상대 자책골과 조던 머치의 골을 묶어 2-0으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비가 문제였다. 송주훈의 자책골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 연이어 골을 허용하며 충격적인 2대3 역전패를 당했다. 심지어 상대 수비수가 퇴장당하며 숫적 우위까지 누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경남은 올 시즌 8경기에서 모두 골을 내줬다. 16실점, 경기당 2골씩을 헌납하고 있다.

공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아무리 골을 넣어도 수비가 이렇게까지 흔들리면 승리하기 어렵다. 경남 부진의 표면적인 이유는 수비 불안이다. 경남은 올 겨울 '핵심 수비수' 박지수를 22억원에 광저우 헝다로 보냈다. 워낙 이적료가 큰 만큼 잡기 어려웠다. 대신 송주훈 곽태휘 이광선 배승진 김종필 등을 영입했다. 기존의 우주성 여성해 등과 함께 '양'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 기대 이하였다.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송주훈은 후반만 되면 급격히 흔들린다. 곽태휘는 전경기를 소화하기에는 체력적 부담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광선까지 부상으로 쓰러졌다. 좌우 윙백도 지난해 만큼의 수비력을 보여주지 못하는데다, 이범수 골키퍼마저 매경기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는 수비진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하지만 수비 불안을 꼬집기 전에, 짚어야 할 포인트가 있다. '빌드업 딜레마'다. 지난 시즌 말컹을 활용한 '측면+크로스 축구'로 재미를 본 김종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보다 세밀한 축구로의 전환을 꾀했다. 외인도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당초 '코스타리카 특급' 아길라르(제주)를 원한 경남은 'EPL 특급' 조던 머치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또 다른 '거물 외인' 룩도 데려왔다. 김 감독은 이들을 중심으로 안정된 빌드업과 정확한 마무리를 강조하는 축구를 준비했다.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전면에 나섰다. 지난 시즌 섀도 스트라이커로 주로 뛰었던 쿠니모토를 중앙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수비쪽에서도 발기술이 좋은 최재수를 중용했고, 최전방도 '테크니션' 김승준에게 맡겼다. 조던은 쿠니모토의 파트너로 나서 경기를 조율했다.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김 감독의 의도대로 되고 있다. 경남의 공격은 정확하면서도 날카롭다. 특히 쿠니모토와 조던의 중앙 조합은 K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쿠니모토가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면, 조던은 뒤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끈다. 최재수도 날카로운 오버래핑과 크로스를 시도하고 있고, 김승준의 골기록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들의 빌드업 능력이 강조되는 동안, 수비쪽이 헐거워졌다. 조던이 공수 밸런스를 잡아주고 있지만, 그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다. 포백 앞에서 1차 저지가 되지 않다보니 수비가 더욱 하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좌우 윙백 역시 수비 보다는 공격 전개력이 좋은 선수들이 중용되며 상대와의 1대1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시마전에서도 결국 여러차례 상대에 크로스를 허용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빌드업 딜레마'를 풀어야 산다. 세밀한 공격을 이어가면서도 수비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단 하성민 같은 전투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용을 고려할만 하다. 쿠니모토-조던의 공격력을 살리면서 포백도 보호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스리백 카드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후반 중반 곽태휘 같은 경험 많은 수비수를 추가로 투입해 수비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