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선수들의 힘이 아니었다면 아마 팀이 지금처럼 운영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1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내야수 모창민의 부상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던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줄부상 악재 속에서도 NC는 시즌 초반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나성범, 구창모, 박민우, 크리스티안 베탄코트, 에디 버틀러에 이어 모창민까지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짙게 드리운 먹구름을 승리로 걷어냈다. '기대주'에 머물렀던 김영규, 박진우의 역투와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이상호, 이원재 등 야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1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이 감독은 또 한 명의 백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인공은 4년차 좌완 투수 최성영(22). 지난 4일 창원 키움전에 선발 등판한 버틀러가 오른손 검지 손톱이 깨지는 부상으로 1군 엔트리 말소된 상황. 이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 경쟁을 펼쳤지만, 불펜 보직으로 출발한 최성영을 믿는 쪽을 택했다. 2018년 8월 7일 KT 위즈전 이후 248일 만의 선발 등판.
최성영은 이 감독의 믿음에 호투로 화답했다. 5이닝 동안 6안타 2볼넷을 허용했으나, 2016년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인 9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4회말 2실점 했으나, 고비 때마다 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스스로 위기를 넘겼다. 6회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은 불펜도 힘을 보탰다. 김진성, 강윤구가 KIA 타선을 막아냈고, 마무리 투수 원종현이 8회 2사 1루에서 4타자 연속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4대2 NC의 승리. 최성영은 2018년 5월 8일 SK전(5이닝 4안타 무4사구 5탈삼진 무실점) 이후 338일 만이자 프로 통산 두 번째 선발승의 감격을 누렸다.
최성영은 경기 후 "좌투수라면 누구나 존경하는 양현종 선배와의 맞대결이라 어젯밤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그는 "야수 선배들이 공수에서 많이 도와줬다. (양)의지 선배도 마찬가지다. 글러브만 보고 가운데로만 던지고자 했다. 볼넷 없이 5회까지만 버티면 타자들이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늘 첫승에 안주하지 않고 어느 자리든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