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영화가 끝나면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 통 드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국민 엄마' 김해숙의 자식을 위해 그 어떤 일이라도 어머니의 절절한 사랑을 그려냈다.
헛된 기대만 품고 살아온 끝에 사형수가 된 아들과 그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생애 처음 글을 배우는 까막눈 엄니의 애틋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크게 될 놈'(강지은 감독, 밀짚모자영화사㈜ 제작). 10일 오전 서울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강지은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 김해숙, 손호준, 박원상이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크게 될 놈'은 감동을 극대화 하기 위한 급작스러운 스토리 전개는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려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몇몇 조연 캐릭터들의 작위적인 감정 변화 또한 눈살을 찌푸린다. 주인공 기강(손호준)을 연기한 여동생 기순(남보라) 캐릭터의 쓰임새 또한 도구적으로 사용돼 아쉬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진정성 가득한 연기만큼은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대체불가 국민엄마 김해숙은 극중 사형수 아들을 둔 섬마을 까막눈 엄니 순옥 역을 맡아 따스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들이 사형수가 된 이후 진행되는 영화의 본격적인 진한 드라마 감정선을 완벽하게 리드하는 김해숙은 투박하지만 속정 깊은 엄마 순옥으로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입증한다. 예능 프로그램과 로맨스 작품을 통해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던 손호준은 사형수 기강 역을 맡아 과감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을 진정성 있는 연기로 소화해내 눈길을 끈다.이날 강지은 감독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작은 영화이기 때문에 망설일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뭉클한 부분이 분명이 있어서 참여하게 됐다. 쉬운 이야기를 쉽게 전하는게 참 어려운 일이라고 알고 있다. 야구로 따지면 돌직구로 승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참여하게 됐다"며 연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강 감독은 김해숙을 캐스팅 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를 읽고 제작에 들어갔을 때 어머니 역에 딱 한분 생각밖에 안났다. PD는 선생님이 이 작품을 하실까? 라는 생각에 시나리오도 건네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시나리오를 건넸을 때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전했다. 이어 손호준에 대해서는 "전라도 사투리도 자연스럽고 밖으로 표현되지 않은 내공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지 않았으면서도 증폭시킬 줄 아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엄마 역의 김해숙은 "시나리오를 받고 마지막 편지 신을 보면서 울컥했다. 까막눈인 엄마가 삐뚤어진 글씨로 아들에게 준 편지에 모든게 담겨 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고 이어 기강 역의 손호준은 "대본을 정말 재미있게 됐다. 시나리오 자체가 좋았다. 엄마와 아들의 뭉클한 이야이가 와닿았다. 그리고 그 엄마 역을 김해숙 선배님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누군가의 딸이고, 또 지금은 누군가의 엄마를 겪으면서 자식과 부모는 어떻게 보면 가장 사랑하면서도 미움이 범벅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종교적인 걸 떠나서 부모가 아들 딸을 위해서 목숨까지 내놓는 사랑은 어떤걸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영화에 임한 남다른 마음을 전한 김해숙. 그러면서 "지금 세상이 많이 변하고 살기도 힘들어지면서 가까이 있는 소중함을 모르고 가족에게 소홀해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저도 엄마가 살아계실 때는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보니까 소홀했던 부분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더라"라며 "우리 영화는 여러분에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랑의 본질, 부모 자식간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영화 끝나고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 통 드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저 또한 자식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엄마의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해숙은 "마음과 몸으로 고생을 많이 했던 작품"이라며 "영화를 찍을 때 발에 골절 부상을 당했었다. 걷는것도 힘들었고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연기해야 됐다. 화면에서 담긴 아름다운 풍경이 전라도 지방 풍경이라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좋았던건 우리 어머니가 많이 생각이 나는 영화였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들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난 후 놓친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영화 속 마지막 편지가 저희 어머니가 하늘에서 저에게 보내주는 기분이 들었다"며 웃었다.손호준은 "이 작품은 정말 몰입을 많이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집중을 많이 할 수 있었다"는 그는 "김해숙 선생님도 정말 어머니처럼 사랑해주시고 때로는 야단쳐주시고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그래서 그 어떤 작품보다 집중을 할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해숙에 대해 '남다른 아우라를 가지신 분'이라고 표현하며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아우라 같은 게 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선생님이 제 앞에 서 계실 때면 철저하게 어머니가 앞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선생님과 연기를 하면 당연히 몰입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공공의 적'(2002), '실미도'(2003)에서 조연출을 맡고 '크게 될 놈'은 '도마뱀'(2006)을 연출한 강지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해숙, 손호준, 남보라, 박원상, 백봉기 등이 출연한다. 오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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