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타자 이범호(38)가 9일 1군에 복귀했다. 하루 전 황인준이 2군으로 내려갔고, 복귀가 가시화됐던 이범호가 빈 자리를 채웠다.
그런데 김기태 감독의 고민이 적잖은 눈치다. 이범호가 1군 자리를 비운 사이 이미 맞춰진 타선 조각을 다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범호 대신 3루를 지킨 최원준(22)의 배치 뿐만 아니라, 타선에서의 연쇄 이동 등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당초 김 감독의 계획은 이범호를 지명타자에 세우고, 최원준을 3루수로 기용한다는 것이었다. 3루 수비가 가능하지만 체력적인 부분이나 부상 후 재활 여파를 감안할 수밖에 없는 이범호의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장래 주전 3루수 자리를 맡아야 할 최원준에게 실전 경험을 부여해 성장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최원준은 9일까지 KBO리그 13경기에서 타율 2할5리(44타수 9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 3할3푼3리, 장타율 4할3푼2리. 수비에서는 107이닝 동안 실책 2개에 수비율 9할3푼1리다.
김 감독의 고민은 타선보다는 이범호의 수비 활용 여부에 좀 더 맞춰진 모습이다. KIA는 최근 김선빈, 김주찬이 각각 부상으로 재활 중이고, 제레미 해즐베이커와 나지완이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 있다. 백업들이 절반 가량을 채우고 있는 타선에선 이범호가 필요한 상황. 수비에서도 이범호의 가세는 내야 안정감을 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최원준이 포지션을 이동하거나 벤치로 물러나는 상황을 그릴 수밖에 없다. 안팎에서도 이범호가 1군 엔트리에 복귀하면서 공-수 모두 기여할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눈치다.
김 감독은 "일단 지켜보자"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범호의 복귀로) 누구는 빠져야 하는 상황이다. 감독 입장에선 이럴 때가 제일 고민스럽다"며 "내 입장에선 팀 전체를 놓고 여러가지 상황을 그려놓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을 내리더라도 (9일 경기) 이후에 내려야 할 부분"이라며 "지켜보자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모두가 궁금해하는 부분이지만, 내 위치나 입장에선 많은 부분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도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KIA에 고민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