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인연을 돌고 돌아 외나무 다리에서 마주쳤다.
정규리그 우승팀 울산 현대모비스와 2위 인천 전자랜드. 각각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주 KCC와 창원 LG를 누르고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에서 맞붙게 됐다. 정규리그 맞대결 전적은 3승3패. 전력상 어느 한 팀이 절대 우위에 있지 않다. 팽팽한 대접전이 예상된다.
두 팀 사이에는, 특히 사령탑인 유재학 감독(현대모비스)과 유도훈 감독(전자랜드) 사이에는 깊은 인연이 있다. 챔피언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 관전 포인트다. 이런 인연의 깊이는 10일 서울 도곡동 KBL센터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 때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선배 유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 처음 올라온 '후배 유 감독'에게 "열 번 정도 와보니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고민하면 안 되더라. 챔피언결정전은 별 게 아니다. 편하게 해라"는 유쾌하면서도 진심어린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두 '유 감독'은 용산고-연세대 4년 선후배 사이다. 유재학 감독이 82학번이고, 유도훈 감독이 86학번. 이들은 대학 시절부터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명가드로 이름을 높였다. 현역에서 물러나고 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인연이 있다. 바로 전자랜드의 '전현직 감독'이라는 인연.
유재학 감독은 전자랜드의 전신인 대우증권(1998~1999)과 신세기 빅스(1999~2003) 감독을 거쳐 전자랜드로 팀 이름을 바꾼 뒤 첫 감독이었다. 전자랜드를 2004년까지 지휘했다. 유재학 감독에게 전자랜드는 사실상 감독 경력의 첫 발을 내딛게 한 '친정팀'인 셈. 이후 전자랜드의 지휘봉은 박수교-제이 험프리스-이호근-최희암-박종천 감독을 거쳐 유도훈 감독에게 이어진다.
2009~2010 시즌 박종천 감독을 보좌하던 수석코치였던 유 감독은 팀이 13연패에 빠지는 등 깊은 부진에 빠지자 자진 사퇴한 박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을 맡았다. 이어 2010~2011시즌부터 정식 감독으로 현재까지 9시즌 동안 꾸준히 팀을 이끌었다. 유재학 감독 역시 2004~2005시즌부터 15시즌이나 현대모비스를 이끈 장수 감독이다. 두 '유 감독' 한 팀에서 장기집권하며 확실한 각자의 스타일을 팀에 심은 명지도자들이다. '성실함' '열정' '투지' '전략'을 강조하는 점도 상당히 닮아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역시 '우승 경력'이다. 유재학 감독은 현대모비스를 이끌며 이미 5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따낸 바 있다. 지난 9일 KCC와의 4강 PO 4차전에서도 84대80으로 극적인 재역전승을 이끌며 KBL 통산 최대 챔프전 진출(10회) 업적을 달성했다. '선배' 유 감독은 10일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이번 시즌 목표를 이제 반 채웠다. 끝까지 채우겠다"며 또 다시 우승을 다짐했다. 유재학 감독은 더불어 챔프전을 4차전에서 끝내겠다며 손가락 네 개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반면 유도훈 감독은 이번이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다. 그간 번번이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고배를 들었던 '후배' 유 감독은 "처음 올라왔지만, 몇 년 동안 꿈꾼 순간이다. 우승은 우리가 하겠다"며 '선배'에게 선전 포고를 했다. 유도훈 감독은 챔프전이 6차전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KBL 챔피언결정전의 테마가 된 '유-유 전쟁'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