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정은원(19)이 예사롭지 않다. 시즌 초반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견고한 수비에 덧붙여 약간의 공격력만 가미되면 좋겠다 싶었는데 어느새 '강한 2번' 역할을 100% 수행중이다.
정은원은 지난 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회 16득점(역대 한이닝 최다득점 신기록)을 몰아치는 역사를 진두지휘했다. 2-1에서 5-1로 달아나는 스리런포를 쏘아올려 대량득점의 물꼬를 텄다. 정은원은 올시즌 1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할5푼2리(54타수 19안타) 1홈런 14타점을 기록중이다. 눈에 띄는 것은 타점행진이다. 지난해 정은원은 타율 2할4푼9리 4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8월초 타점(13타점)을 뛰어넘었다. 한달도 안돼 넉달치를 넘어선 셈이다.
2루 수비는 지난해에 비해 더욱 안정됐다. 올시즌 14경기에서 실책은 '제로'. 정은원의 성장세는 한화 코칭스태프 사이에서도 놀라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은원은 5월 8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상대 마무리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정은원은 "초중고 아마추어 시절 홈런을 기록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믿기힘든 이야기를 했다. 한화 구단이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기록을 다시 찾아봤을 정도였다. 파워는 시즌을 치르면서 더욱 강해졌다. 지난해 4홈런 중 3홈런이 막판 10경기에서 쏟아져 나왔다. 2018년 9월 타율은 2할9푼7리, 10월 타율(5경기)은 3할6푼4리에 달했다.
정은원의 고민은 체중이었다. 한용덕 감독은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정은원을 눈여겨 봤다. 18세 신인이라 보기 힘들 정도의 수비 안정감과 잘 맞히는 방망이 재질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교에서 프로로 넘어오면서 훨씬 늘어난 훈련 스케줄은 상상 이상이었다. 체중이 6kg이나 감소했다. 2군에서 정비한 뒤 복귀. 한용덕 감독의 오더는 딱 하나. "많이 먹어"였다. 정은원은 지난해부터 먹는 것과 쉬는 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장 1m77에 70kg대 후반 체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파워가 바탕이 되자 방망이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용규의 이탈, 이성열의 부상, 하주석의 시즌 아웃, 지난해만 못한 정근우-제라드 호잉. 한화 타선은 위기다. 하지만 최재훈 김태균 노시환과 함께 정은원이 열일을 해내는 중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