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얼 엔진과 글로벌 히트작 '포트나이트'의 개발사인 에픽게임즈가 국내 오픈마켓을 시작한다. 지난해 8월 '포트나이트'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면서 높은 수수료의 구글플레이 다운로드와 결제방식을 탈피하겠다고 선언, '탈 구글'에 앞장섰던 에픽게임즈였기에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12일부터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디비전 2', '메트로: 엑소더스', '월드워 Z' 등을 포함해 총 12개의 작품이 런칭 타이틀로 결정됐다. 또 에픽게임즈 스토어 사용자들은 대작 '더 위트니스'를 스토어 정식 런칭일부터 19일까지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2주에 한번씩 인기 게임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줄 예정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수수료가 1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기존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스팀의 경우 게임 내 아이템을 결제했을 때, 개발사는 매출의 70%만 가져가고 앱마켓이 30%를 가져가는 구조이다. 앱마켓을 통해 글로벌에서 간편하게 게임을 출시할 수 있고, 일정 부분의 마케팅도 담당하는 등 상당한 편익에도 불구하고 30%에 이르는 높은 비용은 늘 게임 개발사에겐 불만 요소였다. 특히 매출이 적은 중소게임사들의 경우 그 부담은 상당했다. 게다가 중간에 퍼블리셔가 끼어 있을 경우 그 수익은 다시 절반으로 줄어든다. 상당한 매출을 기록하지 못하면 성공작을 출시했으면서도 다음 작품을 만들기 위한 개발비를 제대로 충당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구조다.
국내의 3개 통신사가 합작해 만든 앱마켓인 원스토어의 경우 지난해부터 이 수수료를 20%로 낮추며 상생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모바일게임의 경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스팀처럼 글로벌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경쟁력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비소프트나 퀀틱 드림 등 다양한 글로벌 게임사들이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존 판도를 상당히 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픽게임즈 코리아 박성철 대표는 "7대3의 구조를 무너뜨리고 싶어 국내 런칭을 좀 서둘렀다. 결제 수수료로 인해 우선 신용카드 결제로만 시작하지만, 향후엔 12% 구현이 가능한 빌링 시스템을 계속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스토어처럼 유통사가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게임 순위 등이 나타날 것이다. 방향성이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국내 사업 전개 10주년을 맞아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비롯해 향후 사업 로드맵을 발표했다. 에픽게임즈의 핵심 사업인 언리얼 엔진의 경우 지난해 사용자수 750만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전년도 500만명에 비해 1.5배 증가한 수치다. 또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국내 사용자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71% 증가했다고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밝혔다.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에픽게임즈 해외법인 중 유일하게 엔진 비즈니스 외에 본사가 진행하는 거의 모든 사업영역을 갖추고 있다. 게임뿐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분야에 언리얼 엔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온라인 서비스의 국내 서비스도 해외법인 중 유일하게 자체 인력을 채용해 제공할 예정이다.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이날 언리얼 엔진4를 활용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아이온2', '블레이드&소울2', '프로젝트 TL', 넷마블의 '세븐나이츠2', 넥슨의 '트라하', '드래곤하운드', '프로젝트 BBQ' 등이 개발되고 있다고 밝힌 동시에 애니메이션, 방송, 영화, 건축, 자동차, 제조 등에 쓰이고 있는 언리얼 엔진의 활용 사례도 소개했다.
이밖에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으로 1억 달러(약 1132억원)까지 확대된 '에픽 메가그랜트', 그리고 개발자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인 '에픽 온라인 서비스'도 함께 공개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