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들 사이에 KBL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최근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교체 규정 변경 건을 갖고 갈팡질팡하다 혼쭐이 났다. 이사회를 통해 기량 미달 등 기타 사유로 인한 외국인 선수 교체 횟수를 무제한으로 하기로 변경했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가, 하루 만에 잘못된 내용이 발표됐다며 기존 2회 교체 안을 유지하겠다고 번복한 것이다. 각 구단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외국인 선수 문제를 두고, 각 구단 단장들과 KBL 총재, 사무총장이 참석한 이사회 결과가 생각 없이 발표되고 번복됐다는 것 자체가 KBL이 얼마나 안일하게 일처리를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번 논란을 떠나 외국인 선수 교체 제도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KBL은 부상 사유로는 계속 교체를 할 수 있게 해주고, 다른 이유로 교체는 2번으로 제한한다. 실력이 부족해 선수를 바꾸는데, 교체 횟수 소진이 아까운 구단들이 어떻게든 부상을 찾아 진단서를 발급받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KBL이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여럿인데, 소속감이 생기지 않는 외국인 선수 문제도 한 몫 한다. 익숙해질만 하면 바뀌고, 심지어 한 시즌 동안 유니폼을 3번이나 갈아입기도 한다. 리온 윌리엄스가 이번 시즌 그랬다. 각 팀들이 가승인 신청 눈치 전쟁 촌극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력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인데, 그들 중심으로 모든 농구를 하지만 그들이 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하니 팬들도 팀에 관심을 갖기 힘들다. 선수들에게도 KBL팀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KBL 리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경우는 많지만, 특정 팀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사례를 최근 찾아보기 힘들다.
바꾸기가 쉬우니, 현장 감독들도 조금만 성에 차지 않으면 선수를 내친다. 그래서 최근 외국 리그를 뛰는 선수들 사이에서 KBL은 '조금만 못하면 쫓겨나는 리그'로 신뢰도가 매우 하락해있는 상황이다. 이런 평가를 받으면 좋은 선수가 올 확률이 떨어진다.
차라리 교체 횟수를 최소화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자유계약제도로 바뀌었기 때문에, 기량 미달이거나 KBL에 어울리지 못할 선수를 뽑은 책임을 구단이 지는 것이다. 부상도 마찬가지다. 각 팀은 선수들의 실력과 함께 부상 전력 등도 잘 안다. 부상 위험을 알면서도 실력 때문에 뽑는 팀들이 많다.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2명 보유에 1명 출전이다. 그동안은 선수가 다치면 당장 전력 차이가 극심해진다는 이유로 교체를 허락했지만, 이제는 나머지 1명으로 어느정도 버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기준을 마련해 시즌아웃이 될 만한 큰 부상이 아니라면 교체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것도 각 구단의 능력치를 평가하는 항목이 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