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30)은 지난 3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1루에 안착한 뒤 화난 표정이었다. 주심의 스윙판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느린 화면을 체크해보니 그의 방망이는 분명히 돌아갔다. 타자들은 순간적으로 착각할 수있다. 단순 해프닝이었지만 최근 호잉의 심리상태가 살짝 엿보였다. 뭔가 안 풀리고 있다.
호잉은 시즌초반 방망이로 고민이 많다. 표정이 어둡다. 지난해 이맘때 호잉은 '호잉 이글스', '슈퍼 호잉'이라는 빛나는 별명을 얻었다. 호잉은 지난해 한화 돌풍을 이끌었다. 시즌 초반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해결사를 자처했다. 한화가 패배의식을 떨쳐내는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10경기에서 호잉은 타율 4할2푼9리(35타수 15안타, 2루타 3개, 3루타 1개) 3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판이하다. 3일 현재 10경기에서 타율 2할7푼(37타수 10안타, 2루타 3개)에 홈런없이 6타점을 기록중이다. 타점은 별반 차이가 없지만 홈런이 없다. 존재감에서도 차이가 난다.
호잉은 지난해 타율 3할6리에 30홈런 110타점 23도루를 기록했다.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한화는 11년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호잉의 연봉은 지난해 70만달러(플러스옵션 별도)에서 올해 140만달러로 100% 인상됐다. 방망이 뿐만 아니라 안정된 외야수비, 강한 어깨를 이용한 보살, 베스트를 다하는 베이스러닝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장점을 높게 평가했다.
올시즌은 아직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3안타를 때려내며 순조롭게 출발하나 싶었지만 4월 2경기서는 무안타 침묵중이다.
한화는 김태균(0.353) 최재훈(0.423)이 맹타를 과시하고 있다. 김민하도 3할타율이다. 하지만 타선의 중심이었던 주장 이성열이 팔꿈치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송광민마저 주춤하고 호잉도 힘이 빠지니 타선은 일순간 잠잠이다.
호잉의 미니 슬럼프가 일시적인 것인지, 타격 매커니즘 문제인지, 날씨탓인지는 명확치 않다. 호잉은 극단적인 오픈스탠스와 당겨치기를 고집하고 있다. 몸쪽볼에 대한 약점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다. 바깥쪽볼은 적극적으로 커트해낸다.
상대 투수들은 지난해 중반부터 호잉의 최대약점인 좌우 대칭 피칭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호잉은 지난해 전반기에는 타율이 3할2푼5리였으나 후반기에는 2할7푼3리로 꽤 떨어졌다. 이에 대한 분석도 제각각이었다. 한화 구단은 후반기 체력이 떨어지고 체중이 감소된 것을 직접원인으로 봤다. 호잉도 같은 생각이었다. 겨우내 체력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다른 한편으론 상대의 장단점 분석이 좀더 명확해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