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3월 31일, 3월 24일, 3월 23일.'
최근 4년 간 개막전이 열린 날짜다. KBO는 국제대회가 열리는 해에는 시즌 개막을 앞당겨 왔다. 지난해에는 8월 아시안게임 개최됐고, 올해는 11월에 제2회 프리미어12가 열린다. 올해의 경우 한국시리즈를 10월 안에 마치고 11월 초에 시작하는 프리미어12에 맞추기 위해 역대 가장 빠른 시점에 개막일을 잡았다.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부터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데다 올해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을 1주일 늘림에 따라 시즌 개막을 압당겨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커졌다. 문제는 쌀쌀한 날씨다. 보통 4월초까지는 꽃샘 추위가 이어진다. 올해는 저온 현상이 며칠씩 이어지고 있다.
추위 속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부상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시즌 개막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 각 팀 주요 선수들이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부상이 가장 안타까운 팀은 한화 이글스다. 최진행 김재영 하주석 이성열 등 주력 선수 4명이 한꺼번에 빠져 있다. 하주석은 경기 중 무릎 인대를 다쳐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전반기 복귀가 불가능하다.
이성열은 갑자기 팔꿈치에 이상이 생겼다. 지난달 31일부터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 이성열은 2일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성열이가 오늘 검진을 받았는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김회성을 불러올렸다"면서 "팔꿈치 근육 미세 손상인데 2~3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LG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도 이날 휴식을 취했다. 이틀 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사타구니 통증을 호소했는데,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도 이날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전 타격 훈련을 하다 허리 통증을 일으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키움 관계자는 "심한 부상은 아니다. 약간의 통증이 있을 뿐"라고 했지만, 정상 컨디션을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시즌 초 타격감이 좋았던 SK 와이번스 한동민도 부상을 입었다. 이날 롯데전을 앞두고 타격 연습 때 골반 통증을 호소했다. 원래 있던 사타구니 통증에 겹친 것이다. 이틀 휴식을 취해야 할 만큼 상태가 예사롭지 않다는 소식이다.
이날 야간 경기가 열린 각 구장 밤 기온은 섭씨 6~9도의 분포를 보였다. 바람 때문에 체감 기온은 더욱 낮았다. 더구나 일교차가 10도 이상으로 큰 상황이라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현장에서, 특히 감독들이 시즌 개막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LG 류중일 감독은 "4월초까지는 춥다. KBO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지만, 시즌을 뒤로 미루면 안 좋겠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감독자 회의에서도 나온 의견"이라면서 "10월 말에 마무리 캠프를 시작해 보니 11월 중순까지는 야구를 할 수 있겠더라. 11월에 열리는 프리미어12의 경우 12월로 미루면 된다. 우리는 고척돔이 있고, 일본은 돔구장이 많지 않은가. 국제대회 때문에 시즌을 빨리 시작하는 건 여러 모로 불편하고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용덕 감독 역시 "너무 야구를 일찍 시작하니까 우리도 그렇고 다른 팀도 부상이 나오고 있다. 날씨가 춥다"면서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에서 준비기간이 짧으니까 선수들도 몸이 덜 만들어지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더라. 무슨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두 사령탑의 말을 종합하면 국제대회가 있는 해에도 4월초 또는 3월말 시즌을 시작하고 11월 중순에 한국시리즈를 마치는 일정으로 짜면 시즌 중간에 올림픽이든 아시안게임이든 3주 정도 휴식기를 가질 수 있고, 11월 열리는 국제대회는 12월로 미뤄도 된다는 이야기다. 2월 1일 시작하는 전지훈련과 이어지는 시범경기 기간도 늘릴 수 있다. 하나의 아이디어다.
선수들 부상이 꼭 날씨 때문은 아니겠지만, 최상의 컨디션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