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미스터 제로'라는 별명이 어울린다.
KIA 프로 2년차 하준영(20)이 올 시즌 평균자책점 '0' 행진을 달리고 있다. 4경기에 출전, 총 6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3개만 허용했을 뿐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28일 한화전에선 프로 데뷔 첫 승도 기록했고, 지난 31일에는 생애 첫 홀드도 따냈다.
투구 스타일은 영리하면서 화끈하다. 경기 막판 다소 체력이 떨어져 배트 스피드가 느려진 타자들을 상대로 유리한 볼 카운트로 끌고가 '삼진쇼'를 펼친다. 23타자를 상대해 7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배짱도 남다르다. 클러치 상황을 즐긴다. 하준영은 "오히려 클러치 상황에서 승부근성이 더 끓어오른다"며 웃었다.
넘치는 자신감은 어디서 얻은 것일까. 프로 데뷔시즌이었던 지난해 15경기에서 경험을 쌓았고 마무리캠프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생각의 전환을 가졌다. 하준영은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힘 대신 밸런스로 공을 던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 시즌 때부터 자신감이 붙었다. 훈련할 때부터 공이 좋아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팀은 개막 1주일 동안 3승5패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하준영은 기대 이상의 피칭을 보이고 있다. 하준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몸을 불리는 중이다. 79㎏에서 81~82㎏까지 찌웠다. 하준영은 "살이 잘 빠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진짜 많이 먹는다. 틈만 나면 먹는다. 한 번 먹을 때 법 3~4공기를 먹는다"며 웃었다. 몸무게가 늘고, 밸런스로 공을 던지는 법을 터득하자 구속이 늘었다. 140대 초반에 머물던 직구 구속이 140대 중반까지 올랐다. 날씨가 풀리면 140대 후반까지도 기대해볼 만하다. 하준영은 "느낌도 최대한 앞에서 던지려고 한다. 그래서 볼끝도 좋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스태미너상 마무리 유형이다. 강상수 투수 총괄 코치는 "(김)윤동이가 갑작스럽게 난조를 보이는 시기가 있으면 준영이가 강력한 마무리 1순위"라고 평가했다. 스스로도 인정했다. "피지컬적으로 아직 부족하다 보니 1~2이닝 전력투구가 낫다."
하준영의 발견은 올 시즌 초반 KIA의 가장 큰 소득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