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이후 8경기 6승2패. 출발이 좋은 두산 베어스지만 아쉬운 게 있다. 바로 선발승이 딱 1번 뿐이라는 것.
두산은 지난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9대4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투수는 세스 후랭코프였다. 시즌 두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후랭코프는 5이닝 5안타(2홈런) 5탈삼진 2볼넷 3사구 4실점으로 다소 아쉬운 투구를 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시 6이닝 3자책 이하)에도 실패했지만, 타선이 일찍 점수를 뽑아준 덕분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 승리는 후랭코프의 시즌 첫승인 동시에 두산 팀의 시즌 첫 선발승이었다. 6승을 거둔 두산이지만 선발승이 8경기만에 나왔다.
나머지 5승은 모두 불펜 투수들이 나눠 가졌다. 지난주 '깜짝 스타'로 떠오른 이형범이 3승을 거둬 리그 다승 1위에 올라있고, 박치국과 함덕주가 나란히 1승씩 기록했다. 모두 구원승이다. 두산 타선이 유독 경기 후반에 힘을 내면서 구원승이 많이 나왔다.
그만큼 젊은 불펜진이 탄탄하고, 타자들의 집중력이 좋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과부하가 올 수도 있다. 결국 길고, 오래, 강하게 페넌트레이스를 끌어가기 위해서는 정석대로 선발승이 많은 팀이 유리하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두산 선발진의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조쉬 린드블럼, 이용찬, 후랭코프가 각각 2번, 유희관과 이영하가 각각 1번씩 등판한 가운데 퀄리티스타트는 총 5차례 나왔다. 선발승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이들의 부진이 원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지금처럼 확실히 믿고 쓸 수 있는 불펜진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장원준과 배영수 두 베테랑의 1군 등록이 묘수가 될 수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오는 2일 두사람을 1군에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기용법을 못박지는 않았다. 장원준은 당초 퓨처스리그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려 선발에 맞춰 준비해왔지만, 김태형 감독은 "일단 중간으로 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배영수 기용 역시 "우선은 최대한 앞쪽에서 던지게 한 후 어떻게 쓸지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둘 다 컨디션이 받쳐준다면 선발로 충분히 제 몫을 하는 선수들이다. 상황에 따라 선발 로테이션이 투입될 수 있다. 반대로 현재 두산 마운드 상황이라면 중간에서 롱릴리프로도 요긴한 활용이 가능하다. 혹은 선발 중 롱릴리프 경험이 있는 이영하가 중간으로 돌아가 '+1' 역할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어쨌든 선발진은 5인으로 유지될 예정이고, 누군가는 중간으로 가야한다. 장원준과 배영수의 합류는 투수진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함과 동시에 가용 인원을 늘리면서 다양한 선택권을 만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대구=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