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황인준에게 선발 기회가 올까. 현재로선 긍정적이다.
황인준이 갑자기 찾아온 선발 기회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황인준은 3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서 선발등판해 4⅓이닝 동안 5안타(1홈런)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72개.
임기영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기회를 잡았다. 선발이긴 하지만 다른 선발들처럼 이닝이 보장되진 않았다. KIA 김기태 감독은 경기전 "황인준도 선발로 준비했던 투수"라면서도 "투구수 제한은 없고 상황에 따라 교체할 것"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빠르게 불펜 투입이 가능한 날이라 황인준이 부진하다면 조기 교체카드가 나올 수 있는 날이었다.
그래도 초반을 잘 견뎠다. 1회말 박경수-유한준-강백호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쾌조의 출발을 한 황인준은 2회말 5번 윤석민에게 첫 안타를 맞았지만 큰 위기없이 무실점으로 넘겼다. 1-0으로 앞선 3회말이 조금 아쉬웠다. 8번 이해창과 9번 심우준에게 연속 삼진을 빼앗으며 좋은 모습을 이어갔지만 다시 만난 상위타선에 연속 안타를 내줘 실점했다. 1번 박경수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더니 곧바로 2번 유한준에게 좌측 펜스를 맞는 2루타를 허용했다. 좌익수 최형우가 공을 끝까지 쫓아가는 바람에 펜스맞고 나온 타구 처리가 늦어져 1루주자 박경수가 홈까지 들어와 1-1. 4회초엔 황재균에게 128㎞의 슬라이더를 통타당해 좌월 솔로포를 맞아 1-2로 역전당했다.
5회초에도 오른 황인준은 첫 타자 이해창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9번 심우준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고, 다시 상위타선의 차례가 되면서 문경찬으로 교체됐다. 이후 KIA가 무실점으로 잘 막으면서 황인준은 2실점으로 올시즌 첫 선발등판을 마무리했다. 총 72개의 피칭 중 최고 140㎞의 직구를 32개 뿌린 황인준은 슬라이더 29개와 커브 9개, 포크볼 2개로 KT 타선을 적절하게 묶었다.
황인준이 잘 버텨 KIA는 승리조로 불펜진을 운영하면서 4대2의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황인준은 첫 선발 등판에 대해 아쉽다라고 했다. "첫 선발이라 많이 떨리고 부담이 컸는데 그래서인지 아쉬움이 컸다. 특히 안타와 홈런이 모두 실투였다. 더욱 아쉽다"라고 했다. 7개의 삼진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결정구로 쓴 커브 덕분. "경기전 불펜에서 몸풀 때 커브가 잘 들어가 포수 (한)승택이와 커브를 많이 쓰자고 했다. 커브 덕분에 삼진을 많이 잡을 수 있었다"는 황인준은 "다음에 또 선발 기회가 온다면 더 잘던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선발 한축을 맡은 선수의 부상으로 KIA에겐 위기가 왔지만 무너지지 않았고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결정구까지 갖춘 황인준에게 기회가 왔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