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경남FC와 대구FC의 K리그1 경기가 펼쳐진 창원축구센터가 선거운동으로 '홍역'을 치렀다. 애꿎은 경남만 막무가내 선거운동 탓에 징계를 받게 생겼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날 경남 창원을 찾았다. 사전투표 마지막날이었다. 창원 성산 보궐선거는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단일화를 마치며 보수와 진보가 제대로 맞붙었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보수와 진보진영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시즌 준우승의 돌풍을 일으키며 창원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창원축구센터는 보궐선거의 미니 전쟁터로 바뀌었다.
경기 전부터 경기장 주변은 각 정당의 후보자들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거물 정치인들로 들썩였다. 이들을 수행하는 비서진과 취재진, 경찰 등이 큰 무리를 형성했다. 팬들이 오가는 게이트는 물론 선수단이 오가는 길목까지 모두 이들이 점령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경남 프런트는 일찌감치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규정 해석을 요청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축구장 내 정치적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연맹은 물론 대한축구협회 역시 각각 정관 제3조와 5조를 통해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연맹은 홈팀에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이나 무관중 홈 경기, 제 3지역 홈경기, 2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경남 프런트는 직원들과 경호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대비에 나섰다. 하지만 게이트 주변에 있던 황교안 대표가 갑작스럽게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경호원들이 진입을 막았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한국당의 기호를 상징하는 V자를 그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경남 프런트는 곧장 다가가 경기장 내 유세를 멈춰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입고 있던 한국당 점퍼가 문제였다. 연맹의 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내에서는 정당명·기호·번호 등이 노출된 의상 착용이 금지된다. 지난해 진행된 지방선거 당시에도 후보자들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당시 후보자들은 사복 차림으로 자리했다.
경남 프런트는 계속해서 점퍼를 벗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내 돌아온 것은 "어떤 규정을 근거로 우리를 막느냐"는 말이었다고 한다. 경남 프런트가 연맹의 규정을 근거로 다시 한번 요청을 하자, 그제서야 벗었다. 그러나 강기윤 후보는 시늉만 했을 뿐, 점퍼를 벗지 않았다. 계속된 요청에도 보좌진은 "규정을 들고 와라"라는 말만 반복했다. 문제가 되자 한국당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을 삭제했다.
피해는 '어쩔수 없었던' 구단만 보게 됐다. 연맹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징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황교안 대표는 31일 창원성산 유세 도중 기자들을 만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규정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이번에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법을 잘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저희를 알리려는 노력을 잘하겠다"고 해명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