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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KT 누가 올라오든...기다리는 전자랜드는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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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기든, 기다리는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는 좋겠네.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가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정규리그 4-5위 대결에서는 전주 KCC 이지스가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에 3승1패로 앞서며 시리즈를 정리했다. 반대쪽 3-6위 대결에서는 창원 LG 세이커스가 시리즈 시작하자마자 2연승을 달리며 손쉽게 4강에 오르는 듯 했지만, 부산 KT 소닉붐이 홈에서 열린 3, 4차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승부를 최종 5차전까지 끌고갔다.

양팀의 최종 5차전은 LG의 홈 창원실내체육관에서 1일 열린다. 이 단두대 매치에서 이긴 팀이 정규리그 2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5전3선승제 4강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만약, KT가 이긴다면 KBL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팀이 3연승으로 리버스 스윕을 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양팀의 혈전이 팬들에게는 흥미롭다. 그리고 더욱 웃으며 양팀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사람들은 바로 전자랜드 선수단과 관계자들일 것이다. 전자랜드는 누가 올라오든 4일 홈 인천삼산체육관에서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LG든, KT든 5차전을 마친 후 이틀밖에 쉬지 못하고 다시 전자랜드를 상대해야 한다.

문제는 양팀 모두 벌써 방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 LG는 주축 가드 김시래의 햄스트링 부상이 단시간에 좋아질 모양새가 아니다. 여기에 30일 열린 4차전에서 팀 전력의 절반인 제임스 메이스가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 전부터 부상 위험 때문에 시한폭탄이라던 제임스가 여태 잘 버텨줬는데, 치열한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점점 과부하에 몰리는 듯 보인다. 경기 중반부터 백코트 자체를 하지 못했다. 메이스 뿐 아니라 김종규도 계속해서 벤치에 자진 교체 사인을 내는 등 이미 극한 상황에 치달았다. 외곽에서 분투하고 있는 조성민, 강병현도 나이 탓인지 경기력이 쭉쭉 떨어지고 있다.

LG보다는 조금 나아보이지만, 결국 '도토리 키재기'다. KT는 1, 2차전 주축 양홍석, 허 훈 등이 경험에서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는데, 시리즈가 진행되자 그나마 체력이 좋은 이들이 LG 매치업 상대들을 압도하며 경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KT도 팀 중심 마커스 랜드리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그리고 아무리 선수들이 젊다 해도 5차전까지 혈전이 예고된 가운데 오랜 기간 쉰 전자랜드 선수들과의 체력 대결에서 무조건 밀릴 수밖에 없다. 특히, 찰스 로드-강상재-정효근 등 높이가 좋은 선수들을 보유한 전자랜드 팀 컬러를 봤을 때 LG와의 1, 2차전처럼 KT 골밑이 맹폭을 당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LG의 높이, KT의 활동량 모두 무섭다. 서로를 막다가 서로가 지쳤으면 좋겠다. 누가 올라오든 5차전까지 가주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일단 유 감독이 원하는 시나리오가 그대로 완성됐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상대가 전자랜드의 경기 감각이 떨어져있는 1차전에서 이를 악물고 뛰어 이긴다면 시리즈 전체 향방이 어지러워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