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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주역 김명수, "인간은 누구나 갈릴레이처럼 '경계'에 서 있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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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드라마에서 진솔한 연기로 믿음을 쌓아온 배우 김명수(53)가 새 봄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국립극단이 오는 4월 5일부터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갈릴레이의 생애'(베르톨트 브레히트 작, 이성열 연출)에서 주인공 갈릴레이로 변신한다.

서울예전 재학시절 동랑청소년극단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김명수는 1989년 MBC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왕과 나', '사랑은 방울방울', '황후의 품격'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주로 드라마를 통해 대중과 친숙하지만 한편으로는 꾸준히 무대를 지켜온 '대학로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정일성 대표가 이끄는 극단 미학(美學)의 창단 단원으로 20년 넘게 활동하며 '햄릿', '세일즈맨의 죽음', '바냐 아저씨', '갈매기' 등 대작에서 선굵은 연기로 호평받았다.

"연극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힘이 있어요. 연습할 때부터 서로 이야기하면서 이런 저런 약속을 만들어가거든요.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끝나고 나면 진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합니다."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과거 몇 차례 출연제의를 받았지만 인연이 닿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 감독의 전화를 받고는 '왠지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바로 서울역 뒤 국립극단을 찾아 출연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번에 맡은 갈릴레이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명언으로 유명한 17세기 이탈리아의 천문학자다. 마음 속으로는 진실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막강한 교회의 힘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소신을 굽힌 '문제적 인간'이다.

그는 "대본을 숙독하면서 처음엔 많이 불편했다"고 운을 뗐다. 교회 권력의 탄압에 굴복한 사실에 대해 갈릴레이가 변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읽으면서 제 판단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어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라 뭔가 대단한 게 있을거라 선입관을 가졌던 게 문제였죠. 사실 갈릴레이가 살았던 시대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뭐가 있었겠어요? 그렇게 바라보니까 갈릴레이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이 생기더라구요."

이 작품에서 갈릴레이는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교차하는 거대한 격변의 시기, 즉 경계에 서 있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힘과 힘이 충돌하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서 세찬 압력을 견뎌내야 했다.

"갈릴레이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은 항상 경계에 서 있는 게 아닌가, 나 또한 견뎌내야할 책임이 있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50이 넘은 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도장을 찍기 잘 했어요.(웃음)"

개막을 앞두고 대학로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명수는 "연기는 관록이 아니고 실력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것을 만나고 느껴야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어느 순간 경험을 중지하면 요령을 피우게 되고 연기의 바닥이 드러나게 되죠."

'갈릴레이의 생애'는 촌철살인의 풍자와 위트가 일품인 독일 작가 브레히트의 작품이다. 김명수를 비롯해 '무대위의 카리스마' 이호재와 12명의 배우들이 2개 이상의 배역을 소화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