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발이 이 정도면 걱정이 없을 것 같다.
SK 와이번스는 올초 전지훈련서 일찌감치 선발 로테이션을 확정했다. 개막전 선발부터 순서까지 정해놓고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시즌을 준비했다. 김광현, 앙헬 산체스, 브록 다익손, 박종훈, 문승원 순이다.
염경엽 감독은 28일 인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시즌 초반에는 3선발이 펑크가 났다고 해서 4선발을 3선발로 올리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4,5선발은 그대로 두고 다른 투수를 대신 기용하는 방식"이라며 "2~3개월 후에 4팀 정도가 순위 경쟁에서 탈락하면 그때 선발 순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발투수들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이야기다. 특히 염 감독은 이 가운데 박종훈의 문승원의 성장을 반겼다. 염 감독은 "칭찬해 주고 싶은 선수는 박종훈과 문승원"이라면서 "특히 승원이는 구속이 빨라졌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염 감독은 지난 2년간 단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들이 주축 투수로 올라선 과정을 생생히 지켜봤다. 문승원이 5선발로 손색없음을 이미 인정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문승원은 시즌 첫 등판서 5선발 이상의 역량을 과시했다. 이날 LG전에 선발등판한 문승원은 8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을 내주고 1실점으로 틀어막는 역투를 펼쳤다. 1회초 선두타자 이형종에게 초구에 홈런을 허용하면서 실점을 했다. 초구 136㎞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몰린 실투였다. 초구 애호가인 이형종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그러나 문승원은 이후 8회까지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1회 2사후 토미 조셉에게 내준 볼넷이 유일한 출루 허용이었다. 이어 2사 1루서 채은성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은 문승원은 8회까지 22타자를 연속 범타로 틀어막는 괴력을 발휘했다.
최고 146㎞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자신의 모든 구종을 완벽한 제구력과 다양한 볼배합으로 섞어 던지며 데뷔 이후 최고의 피칭을 이어갔다. 염 감독의 칭찬대로 도망가는 공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었던 건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이를 통해 투구수도 효과적으로 아낄 수 있었다. 1회에만 17개로 비교적 많았을 뿐 이후 매회 10~13개의 공으로 이닝을 마치며 8회까지 끌고갈 수 있었다.
문승원은 1-1 동점이던 9회초 김택형으로 교체돼 승패와 무관했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