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캡틴' 손흥민(27·토트넘)은 콜롬비아전 휘슬 직후 마지막까지 챙긴 건 '후배' 이강인(18·발렌시아)이었다.
26일 오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FIFA랭킹 12위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로 전반 16분 손흥민, 후반 13분 이재성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9경기만에 벤투호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경기 직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라다멜 팔카오, 산체스 등 콜롬비아 선수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가장 마지막까지 알뜰히 챙긴 건 후배 이강인이었다. 10대부터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유스로 '외롭고 높은' 경쟁을 홀로 감내하고 이겨내야 했던 손흥민은 발렌시아 유스 출신으로 올해 1군에 데뷔한 이강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배다. 이강인 역시 대표팀 첫 훈련을 앞두고 "(손)흥민이형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톱클래스 선수다. 정말 영광이다. 열심히 해서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기대감을 표했었다. .
이강인은 22일 볼리비아전, 26일 콜롬비아전 연속 벤치에 앉았다. 2경기 연속 몸을 풀었다. 영상으로만 보던 '슛돌이' 이강인의 플레이와 폭풍성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팬들도 많았다. '단 1분이라도 뛰지 않을까' 기대감이 컸다. 콜롬비아전 막판까지 치열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결국 A매치 데뷔는 무산됐다.
콜롬비아전 휘슬 후 손흥민은 이강인에게 다가갔다. 이미 다른 동료들은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이동한 상황, 이강인의 어깨를 감싸며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승리의 그라운드에서 기념사진도 남겼다.
손흥민의 이강인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부터 미디어에 배려를 당부했었다. 성장하는 어린 선수를 향한 과도한 관심에 대한 우려였다.
볼리비아전 직후에도 "처음 소집 때 이강인에게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부담은 조심해야만 한다고 얘기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이런 경기를 보는 것 자체로도 좋은 경험이다. (이)강인이도 욕심은 가지되 성급할 필요는 없다. 훈련장에서 이강인의 재능을 충분히 확인했다. 소중히 다뤄야 한다"고 했다.
콜롬비아전 직후 손흥민은 이강인, 백승호 등 '국대 데뷔전'을 미룬 어린 후배들을 향해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나에게 소중한 동생들이다. 5~6년 뒤 이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할지 모른다. 본인들이 이번 소집에서의 값어치를 얼마나 매길지 모르겠지만, 열흘 동안 정말 많이 배웠을 것"이라고 했다. "내 눈에도 발전하는 것이 보였다. 많은 분들은 이들이 경기에 뛰지 못해 아쉬워하셨겠지만, 긴 레이스다. 이미 충분히 잘하는 선수들이다. 뒤에서 묵묵히 응원한다면 분명 성장할 것"이라며 한결같은 응원과 지지를 당부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훈련을 통해 어린 선수들의 능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을 A매치 2연전의 소중한 성과로 꼽았다. 다음 A매치 때도 소집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 선수들은 앞으로도 계속 확인할 것"이라고 긍정했다. "이번 소집을 통해 젊은 선수들의 능력적인 부분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소속팀에서의 활약도 계속 체크할 것이다. 이 선수들이 향후 대표팀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 선수들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