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외국인 투수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롯데. 이번에는 성공예감이다.
롯데 새 외국인 투수 제이크 톰슨(25). 사직에 봄바람이 분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 톰슨은 걱정 투성이였다. 캠프 때 노출한 제구 불안 때문이었다. '안되면 빨리 결단해야 한다'는 성급한 퇴출론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그는 정규시즌 데뷔전에서 우려를 기대로 바꿨다.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5⅔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배했다. 볼넷은 단 2개, 탈삼진은 5개였다. 우려와 달리 무척 공격적이었다. 총 투구수 82개 중 무려 53개가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도 무려 71%였다. 현란한 변화구에 템포까지 빨라 삼성 타자들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관건은 지속가능성. 주목할 점은 팔색조 변화구다. 그 중심에 투심 패스트볼과 스플리터가 있다.
톰슨의 최대 주무기는 투심 패스트볼. 포심(21개)보다 많은 23개(28%)의 투심을 던졌다. 놀라운 점은 구속이었다. 포심과 투심의 스피드 차이가 전혀 없었다. 포심이 137~145㎞, 투심은 138~145㎞에서 형성됐다. 이쯤 되면 타자는 괴롭다. 3루쪽 투구판을 밟고 피칭하는 톰슨은 커브와 슬라이더 등 우타자 아웃코스 승부에 탁월하다. 여기에 몸쪽을 파고드는 빠른 투심이 결합하면 타자의 머리는 꽤 복잡해진다. 포심과 스피드 차이가 없는 투심이 마지막 순간 고개를 숙이면 헛스윙이나 땅볼이 되기 십상이다. 톰슨은 "미국에 있을 때 부터 포심과 투심은 비슷한 구속이었다. 중요한 것은 투심의 무브먼트"라며 "시즌이 거듭될 수록 더 빨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더욱 무시무시한 점은 지난해부터 연마중인 스플리터다. 132~138㎞ 상에서 형성된 스플리터를 14개 던졌다. 톰슨은 "지난해 미국에서부터 던지기 시작했다. 오늘 삼진도 잡았는데 새로운 무기로 계속 발전시키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미완성이라 하기엔 직구처럼 오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각도가 무척 컸다.
상대 타자들 입장에서는 포심과 속도 차가 없는 투심에 직구처럼 오다 빠르게 가라앉는 스플리터까지 대비해야 하니 난감한 노릇이다.
한국에 와서 마인드까지 바뀌고 있다. 톰슨은 변화구에 대해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했다. 캠프 때 와일드 피치와 볼이 많았던 이유. 양상문 감독과 주형광 코치는 톰슨에게 '덜 완벽해질 것'을 주문했다. 양상문 감독은 "스트라이크를 얼마나 던지느냐가 관건"이라며 "너무 완벽한 변화구가 아니더라도 타자를 상대할 정도면 충분하다. 변화구 많이 안 던지고 패스트볼로도 충분히 승부할 수 있는 구위"라고 말하며 공격적 투구를 주문했다. 젊은 톰슨은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스펀지 처럼 흡수해 이를 제대로 시전했다. 첫 등판에 '좋은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 투구수 82개만에 톰슨을 마운드에서 내린 양상문 감독은 "톰슨이 공격적인 투구와 좋은 변화구로서 첫 등판 테이프를 잘 끊어주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스물다섯의 젊은 외국인 팔색조. 사직야구의 부흥을 이끌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