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현우' 조현우(27·대구FC)가 콜롬비아전에서 다시 날아올랐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은 콜롬비아에 전반 16분 손흥민, 후반 13분 이재성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FIFA랭킹 12위 콜롬비아를 상대로 한 승리는 결코 쉽지 않았다. 후반 라다멜 팔카오-하메스 로드리게스, 투톱이 가동된 가운데 승리를 지켜낸 건 최후방 수문장 조현우였다.
콜롬비아가 선택한 한국의 MOM은 조현우였다. 이날 패배 후 콜롬비아 선수, 감독은 "한국 골키퍼가 너무 잘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을 상대로 쓰라린 1패를 떠안은 전임 이란감독 카를로스 케이로스는 "후반에 골 기회가 2~3번 있었는데 모두 골키퍼에게 막혔다. 한국의 골키퍼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 역시 "우리가 이겼어야 마땅한 경기다. 한국 골키퍼가 너무 잘했다"고 조현우를 언급했다.
조현우는 이날 4개월만에 국대 골키퍼 장갑을 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제1골키퍼 자리를 지켜온 김승규가 25일 장염 증세를 호소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대헤아(대구 데헤아)'라는 별명과 함께 스타덤에 오른 조현우는 벤투 감독 아래서 줄곧 '넘버2'였다. 지난해 10월 파나마전(2대2무)과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4대0승), 단 2경기 선발로 나섰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아시안컵에서도 김승규가 전경기 선발로 나섰다. 김승규는 아시안컵 5경기에서 단 2실점했고, 22일 볼리비아전에서도 선발로 나서며 벤투 감독의 신뢰를 반영했다. 그러나 김승규가 장염에 걸리면서,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준비된 조현우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K리그 대구FC의 열기를 A매치 무대로 옮겨왔다. 콜롬비아 슈퍼스타들의 슈팅을 줄줄이 막아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날선 중거리 슈팅, 막판 문전에서 쏟아진 '파상 헤더' 공세도 조현우의 거미손에 모조리 걸렸다. 콜롬비아전 직후 팬들은 '빛현우'의 재림에 열광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휩쓸었다.
'빛현우'의 가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더욱 빛났다. 겸손하고 당당했다. "경기에 나오지 못한다고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다. 경기에 나갔을 때 어떻게 할지를 준비했다. 대구FC에서 좋은 자신감을 갖고 대표팀에 들어온 덕에 오늘 좋은 경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다. 반듯한 마음가짐, 소속팀 대구에 대한 애정이 빛났다. "승규형이 부상으로 인해 안타깝게 뛰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내가)넘버원은 아니다. 다음 소집 때도 겸손한 마음으로 다른 골키퍼들과 경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레전드 골키퍼' 김병지 해설위원은 후배 조현우를 극찬했다. "조현우는 실력이나 모든 면에서 홀대 받아서는 안될 선수"라고 단언했다.
"어제 경기는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이상이었다. 조현우는 콜롬비아전 승리도 지켜냈지만 벤투 감독의 전술도 지켜냈다"고 봤다. "후반 스리백에서 수비조직력이 흔들렸다. 5백이 되면서 4명의 미드필더들이 5백과 겹쳤다. 위험지역으로 상대의 볼이 계속 투입됐다. 최후방에서 조현우가 골과 다름없는 슈팅 3-4개를 연거푸 막아냈다"고 분석했다. "어느 하나 실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치명적인 찬스였다. 스리백 전술의 최후방에 조현우가 있었다. 여기서 한 골이라도 허용했다면 분위기가 어떻게 넘어갔을지 알 수 없다"고 봤다.
"조현우가 승리도 지키고, 벤투 감독의 전술도 지켜내고, 손흥민이 마수걸이골을 넣은 대표팀 분위기도 살려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4000명, 한국축구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은 "벤투 감독의 '복심'에 김승규와 조현우의 비율이 6대4 정도였다면 어제 경기로 어느 정도 비슷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결코 홀대받아서는 안될 선수다. 이미 월드컵 때 검증된 영웅이고 확실한 실력을 갖춘 선수다. 2022년 월드컵에 가장 적격인, 가장 좋은 실력을 갖춘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