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킬러' 손흥민(27·토트넘)이 마침내 터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이 2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IFA랭킹 12위 강호 콜롬비아의 평가전에서 전반 16분 손흥민, 후반 13분 이재성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전반 16분, 황인범이 전방으로 찔러넣은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황의조가 손흥민을 바라봤다. 황의조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손흥민이 문전 오른쪽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찬 슈팅이 골키퍼의 양손을 뚫어내며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 한솥밥 센터백' 다빈손 산체스도 속수무책 바라볼 수밖에 없는 완벽한 골이었다.
노란 유니폼의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11경기에서 9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축구 팬들 사이에 '노랑 킬러' '양봉업자'로 회자됐다. 도르트문트뿐 아니라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왓포드, 아포엘, 첼시(원정), 유벤투스(원정) 등을 상대로 어김없이 골을 터뜨렸다. 노란 유니폼의 콜롬비아를 상대로도 '노랑의 법칙'이 적중했다. 손흥민이 무려 9경기, 9개월만에 짜릿한 골맛을 봤다.
손흥민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기록한 마지막 득점은 지난해 6월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2대0 승) 쐐기골이었다. 이후 손흥민은 A매치 8경기에서 침묵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후 캡틴 완장을 차고 8경기 선발로 중용됐지만,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코스타리카, 우루과이전에선 페널티킥 찬스마저 날렸다. 1월 아랍에미리트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한 후 소속팀 토트넘에서 심기일전했다.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고, 올해의 선수상 후보로도 거론됐다.
3월, 대한민국 캡틴 완장을 차고 돌아온 지난 22일 볼리비아전, 무려 6개의 슈팅을 날렸으나 모두 불발됐다. 경기력은 나무랄 데 없었다. 단 한 가지, 골만 나오지 않았다. 터질 듯 터지지 않았다.
이날 콜롬비아전 시작과 함께 손흥민은 작심한 듯 강공으로 나섰다. 전반 8분 대포알 중거리 슈팅으로 감각을 예열하더니 전반 9분 전방으로 단독 쇄도해 날린 슈팅이 골대 옆을 살짝 지나갔다. 삼세 번만의 시도가 마침내 골망을 뚫어내던 순간, 손흥민이 관중석을 향해 질주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 축구팬들을 향해 머리 위로 큰 하트를 그려보였다. A매치 최고 6경기 연속 매진, 상암벌을 가득 메운 6만4388명의 관중이 뜨겁게 환호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콜롬비아 감독이 다급해졌다.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와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를 모두 선발명단에서 제외한 채 여유를 부렸었다. 이란 대표팀을 맡았던 지난 8년 동안 한국을 상대로 한번도 패한 적이 없었던 케이로스 감독이 후반 시작과 함께 로드리게스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콜롬비아의 공세에 수비라인이 흔들렸다. 후반 3분만에 루이스 디아즈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물러설 뜻이 없었다. 후반 13분, 박스 안팎을 누비며 활발하게 움직이던 이재성(홀슈타인 킬)의 호쾌한 왼발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와 평가전 이후 6개월여 만에 골맛을 봤다. 케이로스 감독이 팔카오까지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거기까지였다. 조현우의 선방쇼에 이어 콜롬비아의 마지막 슈팅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한국이 콜롬비아를 상대로 2대1 승리를 지켜냈다.
2017년 11월 수원에서 콜롬비아를 상대로 2대1 승리를 이끌었던 손흥민과 이재성이 '벤투호의 에이스'로 돌아왔다. '여우' 케이로스 감독과의 질긴 악연도 보란듯이 끊어냈다. 콜롬비아와의 역대 전적에서 4승2무1패의 압도적 우위와 함께 벤투호는 지난해 8월 이후 콜롬비아전까지 공식경기 9승4무1패를 기록하게 됐다. 대한민국 축구는 다시 봄날이다. 상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