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한국에 온 외국인 투수들의 첫 등판에서 명암이 갈리고 있다. 인상적인 피칭으로 앞으로 팀의 에이스가 될 가능성을 높인 선수가 있는 반면 한국 타자들에게 뭇매를 맞고 패전의 멍에를 쓴 이들도 있다. 한경기 등판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분명히 무리가 있지만 첫 인상은 분명히 남달랐다.
좋은 평가를 받은 선수는 한화의 채드벨과 NC의 버틀러, 루친스키 정도다. 채드벨은 24일 잠실 두산전서 8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을 기록해 한화 팬들을 열광케했다. 지난해 무려 팀타율 3할8리를 기록했던 두산의 강타선을 완전히 꽁꽁 묶었다는 점에서 호투의 차원이 다르게 느껴졌다. 버틀러와 루친스키는 삼성을 상대로 호투했다. 버틀러는 23일 개막전서 7⅓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하며 창원NC파크의 첫 승리투수가 됐다. 루친스키는 24일 경기서 5이닝 1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5볼넷을 내준 것이 아쉬웠지만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화의 서폴드(23일 두산전 5⅔이닝 3실점)나 키움의 요키시(24일 롯데전 5⅔이닝 4실점), KT의 쿠에바스(23일 SK전 5⅔이닝 4실점) 등은 그리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애매한 피칭을 했다.
걱정거리는 KIA의 터너와 삼성의 맥과이어다. 맥과이어는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호투를 거듭하며 팬들의 기대를 잔뜩받았으나 23일 NC와의 개막전서 3⅔이닝 동안 8안타(3홈런) 7실점의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터너도 24일 LG전서 선발로 나왔는데 5이닝을 버텼지만 2개의 홈런을 포함한 10안타를 두들겨 맞고 8실점(7자책)을 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등판만 보면 빨리 대체 선수를 찾아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새 외국인 투수의 출발은 달랐다. 당연히 시즌 끝에 나오는 결과물이 처음과 같을 수만은 없다.
지난해 한국을 찾았던 10명의 외국인 투수들도 출발이 제각각이었고 결과 역시 다 달랐다. 두산의 후랭코프는 롯데와의 첫 경기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했고 결국 18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했다.
SK의 산체스도 첫 등판이었던 KT전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었다. 시즌 중반까지 호투를 거듭하며 후랭코프와 함께 가장 잘 데려온 외국인 투수로 평가받았지만 후반기에 체력이 급강하하며 부진을 보인 끝에 8승8패 평균자책점 4.89로 마무리했다. 워낙 공이 빠르고 구위가 좋았기에 SK는 재계약을 하며 한번 더 기회를 줬다. LG의 윌슨은 NC와의 개막전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2대4로 패하며 패전투수로 시작했다. 이후에도 좋은 피칭을 했지만 승운이 많이 따르지 않았다. 평균자책점 3.07로 전체 2위의 호성적을 거뒀지만 9승에 머물렀다.
NC의 베렛이나 왕웨이중, 한화의 휠러는 좋은 출발을 했지만 결과가 나빴던 케이스. 베렛은 3월 25일 LG전서 5⅔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5승을 더하는데 그쳤고, 왕웨이중은 LG와의 개막전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챙겼지만 팔꿈치 부상 등으로 제 활약을 하지 못하고 7승에 머물렀다. 휠러도 키움과의 첫 경기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부진한 모습으로 중도 퇴출당했다.
롯데의 듀브론트와 삼성의 아델만, 보니야처럼 나쁜 출발이 새드 엔딩으로 이어진 투수들도 있지만 첫 등판은 부진했으나 이후 좋은 결과로 호평을 받은 이들도 있었다.
한화의 샘슨은 키움과의 개막전서 4이닝동안 8안타를 맞고 6실점(5자책)하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특유의 강속구로 탈삼진왕이 되며 13승을 거뒀다.
결과가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 출발이 다른 외국인 투수들. 좀 더 지켜봐야 방향성이 나온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