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가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69년 3월 25일 서울 명동소재 성모병원은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환자의 대한민국 최초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한 바 있다.
장기이식은 신장, 간장, 소장, 췌장 등 장기가 질병으로 본래 기능을 상실했을 때 다른 사람의 새 장기로 대체하는 의학이다. 하지만 장기이식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작은 혈관이 막히지 않게 혈액을 통과하게 하는 봉합기술과 수술 후 이식한 장기가 거부반응으로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면역억제기술이 필요하다. 이로인해 이식은 인류가 꿈꾸어 왔지만 실현하기 힘든 난제로 알려져 왔었다 1950년대 세계적으로 혈관 외과술과 이식면역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장기이식 분야도 태동을 시작하고, 1954년 미국에서 일란성 쌍둥이에서 세계 첫 번째 신장이식이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한국 전쟁 이후 1960년대 들어서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의학 수련을 마친 국내 의학자가 신 의료기술을 임상에 적용하기 시작하는 단계로 의학의 꽃인 장기이식 수술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그러던 중 1969년 3월 25일 명동 성모병원에서 만성 신부전증을 앓았던 환자의 국내최초 신장이식을 성공한 것이다. 이는 세계최초의 신장이식수술이후 15년만에 이뤄진 일로 그 당시의 의학수준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역사적인 도전이었다.
이러한 도전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 가톨릭의대 이용각·민병석 교수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이식이 가능할 것을 대비해 동물을 이용한 신장·간이식 연구와 혈관외과 술기 연습이 활발히 이뤄져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이러한 기초연구와 동물연구는 국내 최초의 장기이식이 가능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1972년 이식수술 후 거부반응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면역억제제가 스위스에서 개발된 이후, 우리나라 장기이식분야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1979년 1월 뇌사자 신장이식수술, 1988년 3월 뇌사자 간이식, 1992년 11월 심장이식, 1996년 7월 폐장이식, 2004년 4월 소장이식수술, 2011년 7개 다장기이식, 2014년 간 제외 소화기계 6개 장기 변형다장기이식이 국내 최초 성공했다.
우리나라 장기이식 수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식 건수도 증가해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370건에서 2018년 4116건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간이식은 2002년 364건에서 2017년 1482건으로 급증했다.
이와 더불어 가톨릭대학교 장기이식의 역사는 한국 장기이식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을 성공한 후 강남성모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을 거치면서 장기이식분야를 선도해 왔다. 1983년 국내 최초 동종골수이식, 1993년 뇌사자로부터의 간이식, 1995년 심장이식, 1996년 신장과 췌장 동시이식, 2002년 골수이식 후 간이식 등을 성공시켰다. 2004년 고난이도 이식 수술인 소장이식, 2012년 신장과 조혈모세포를 동시에 이식, 2014년 간 제외 소화기계 6개 장기 변형다장기이식 모두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고, 지난해 국내 소장이식 최다 수술을 달성했다.
또한 서울성모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로 새 생명을 얻어 30년 이상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환우는 20명, 20년 이상은 188명이다. 이 가운데 신장이식 후 가장 오래된 환자는 94차로 이식을 받은 84세 남성 환자로 38년을 경과했으며, 간이식은 1993년 처음으로 시행한 56세 남성 환자가 26년째를 맞았다.
2009년 서울성모병원 개원과 함께 장기이식센터가 중점육성센터로 지정되면서 장기이식에 특화된 인프라를 구축했다. 센터는 이식환자만을 위한 중환자실, 수술실, 병동, 특히 외래 공간을 분리 운영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감염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식환자를 위해 대기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하며, 타과 환자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차별화된 병원 환경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식 환자를 위한 전문 의료진과 각 장기 별 코디네이터의 밀착지원 시스템으로 이식 환자와 기증자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과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대한민국 최초 장기이식 50주년 기념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25일 오전에는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지하 1층 대강당에서 환자, 보호자, 교직원과 함께 국내최초 장기이식 50주년 기념식이 진행됐다. 2층 장기이식센터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한 의료진의 노고에 감사하고 역사를 기억하고자 고 이용각, 고 민병석, 김부성, 김인철 교수 등 23명의 명예교수와 원로교수의 이름을 새겨 제작한 기념동판 제막식이 이어졌다. 이요섭 수석영성부원장 신부의 집전으로 이어진 축성식에는 문정일 의료원장, 김용식 병원장, 이 남 행정부원장 신부 등 주요 보직자와, 서울성모 장기이식센터 간이식 환우회 박순범 '동인회' 회장 등 환자와 보호자, 교직원이 함께 했다.
26일 오후 2시에는 병원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장기이식센터장 양철우 교수의 '장기기증과 나눔'을 주제로 한 인문학 강좌가 열리고, 27일 낮 12시에는 병원 1층 성당에서 기증자와 유가족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가톨릭미사가 봉헌된다.
병원 로비에서는 28일 오후1시 가톨릭의대 오케스트라 '예향'의 기념음악회가, 2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장기기증희망등록 캠페인이 펼쳐진다. 행사 기간 동안 병원 로비와 2층 장기이식센터 앞에서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장기이식 50년 역사를 되돌아보는 동영상이 상영되고 사진전도 예정되어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