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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시장 침체가 만든 트렌드, 메가톤급 연장계약 줄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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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계약 시장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FA 시장이 최근 2년간 굵직한 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협상 자체가 거의 열리는 않는 침체기를 겪는 동안 FA를 1~2년 앞둔 선수들이 현 소속팀과의 연장 계약을 통해 몸값과 신분을 보장받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메이저리그 최강 타자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이다. 트라웃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각) 올해부터 2030년까지 12년간 4억30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연장 계약을 맺었다. 총액 기준으로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 몸값 기록이다. 트라웃은 2020년 시즌 후 FA 시장에 나가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듣고는 있었지만, 일찌감치 에인절스서 은퇴하기로 결심하고 논란을 잠재웠다. 지난달 매니 마차도(10년 3억달러)와 브라이스 하퍼(13년 3억3000만달러)가 각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FA 계약을 맺은 후 나온 메가톤급 딜이다.

트라웃의 뒤를 이어 콜로라도 로키스 3루수 놀란 아레나도, 보스턴 레드삭스 좌완 에이스 크리스 세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1루수 폴 골드슈미트도 최근 현 소속팀과 연장 계약을 했다. 이들은 모두 올시즌 후 톱틀래스 FA가 될 선수들이었다. 아레나도는 8년 2억6000만달러, 세일은 5년 1억4500만달러, 골드슈미트는 5년 1억3000만달러에 각각 도장을 찍었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둔 시범경기 동안 이들이 서둘러 계약을 진행한 것은 시즌 중 발생할 지 모를 계약 관련 소문을 방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예전에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 마이애미 말린스 지안카를로 스탠튼(현 양키스),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도 FA 시장을 두드리지 않고 당시 소속팀과 계약을 연장했다.

뿐만 아니라 휴스턴 애스트로스 저스틴 벌랜더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벌랜더는 지난 23일 2년 6600만달러의 연장 계약을 체결해 2021년까지 휴스턴에 남게 됐다. 올해 연봉 2800만달러를 포함하면 3년간 940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다. 올해 36세인 벌랜더는 이번 계약이 종료되면 38세가 된다. 계약 직후 벌랜더는 "가치를 인정해 준다"며 고마움을 표시하면서도 "이번 계약이 마지막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 이후에도 던질 것"이라고 했다. 언제가 될 지 모르나 그는 휴스턴에서 은퇴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선수 생활을 안정적으로 마친 뒤 고향에서 가족과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게 모든 메이저리거들의 꿈이다.

벌랜더는 25일 ESPN과의 인터뷰에서 "(계약 조건이)더 좋은 상황이 생길 지는 내가 알 수 없다"며 "FA 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데,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지금 새로운 계약을 결심하게 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벌랜더는 "이런 연장 계약들이 지금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추세(a new wave in baseball)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스타급)선수를 데리고 있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구단들이 잘 알고 있고, 구단과 선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계약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FA 시장에서 수많은 구단과 선수를 놓고 눈치를 보며 협상해야 하는 현실적 피로감과 불확실성을 피하고 상호간 신뢰를 두텁게 할 수 있는 게 연장 계약이라는 의미다.

벌랜더가 휴스턴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건 2년 전 여름 태풍 피해와 관련이 있다. 휴스턴 제프 루나우 단장은 "벌랜더가 2017년 여름 여기에 왔을 때 우리는 태풍 피해로 매우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가 와서 휴스턴과 애스트로스 구단, 그리고 텍사스주에 힘과 용기를 심어줬다"고 기억했다. 휴스턴은 그해 8월 벌랜더를 영입해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