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과의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이승우(베로나)가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친선경기를 치른다. 지난 22일 울산에서 열린 볼리바아전에서 1대0으로 이긴 A대표팀은 처음으로 홈 2연승에 도전한다.
짧은 휴식을 취한 대표팀은 24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콜롬비아전에 대비한 훈련에 돌입했다. 관심을 모은 것은 이승우였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승우는 최근 소속팀에서 펄펄 날고 있다. 지난 17일(한국시각) 아스콜리와의 이탈리아 세리에B(2부 리그)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동점 골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 첫 도움이자 지난해 12월 포자전 득점 이후 3개월 만에 기록한 공격포인트다. 이승우는 후반 41분 경고를 받아 퇴장당하긴 했지만 팀의 1대1 무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호평을 받았다. 그는 최근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베로나의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표팀에서의 입지는 좁다. 그는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막판에 극적으로 합류했지만, 거의 뛰지 못했다.
이를 악물었다. 이승우는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볼리비아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후반 18분 교체 투입된 이승우는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에 부담을 줬고, 특유의 빠른 발로 볼리비아 진영을 흔들었다. 후반 36분에는 상대 수비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살짝 빗나갔다.
분위기를 탄 이승우는 콜롬비아전을 정조준한다. 그는 지난 23일 열린 회복 훈련 겸 미니게임에서는 이강인(발렌시아)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호흡을 맞췄다.
공식 훈련 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이승우는 굳은 각오를 다졌다. 그는 "한국에서 하는 경기다. 콜롬비아가 아무리 강팀이라도 한국에서 하는 경기에는 많은 팬이 찾아주신다.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도 있었다. 그는 "손흥민 형이 포워드로 가서 왼쪽 윙이 빈다. 나도 그렇지만 모든 공격수 형들이 경기에 나가고 싶어 한다. 훈련과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서 그라운드에 나가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여기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좋은 형들이다. 충분히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누구와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자기 발전이 되는 것 같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벤투 감독은 2019년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이후 세대교체를 단행 중이다. 기성용(뉴캐슬)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어린 선수들을 점검하고 있다.
이승우는 "기성용 형과 구자철 형이 나갔다. 모든 선수들이 (세대교체를) 느끼고 있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팀에서 역할이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안다. 세대교체를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하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서 어떻게 하는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책임감을 갖고 하면 한국 축구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한국 축구의 현재이자 미래로 관심 받는 이승우.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파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