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아 국내 도로 위에서 승용 모델(세단)보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때는 판매되는 차량 4대 가운데 3대가 세단이었을 정도로 절대적 인기를 누리던 승용 모델이 판매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점유율이 50%까지 떨어진 것. 반면 SUV와 기아차 카니발로 대표되는 밴형 차량(CDV, Car Derived Vans)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늘고 있어 승용 모델을 곧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월 승용차 내수 판매 8만6932대 가운데 승용 모델은 4만4171대로 점유율은 50.8%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다.
2월 승용 모델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1% 급감한 반면, SUV와 CDV 판매는 각각 14.2%, 15.4% 급증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승용 모델의 판매량 감소가 특정 차급이 아닌 모든 차급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형은 작은 차에 대한 소비자의 호감도가 낮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16.5% 줄었고, 소형은 현대차 코나·쌍용차 티볼리·르노삼성 QM3 등 동급 SUV로 수요가 이탈하면서 7.1% 감소했다. 승용 모델 판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중형은 주력 모델의 노후화 등에 따라 11.1% 감소했고, 대형은 1분기 중 신차가 출시될 예정인 제네시스 G80 대기 수요 등에 따라 13.4% 감소했다.
반면 SUV는 지난해 12월 출시 때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등의 판매 호조로 14.2% 늘어 점유율이 44.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CDV는 판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카니발의 꾸준한 인기에 따라 15.4% 증가해 점유율은 5.1%를 차지했다.
승용 모델의 점유율은 올해 1월 51.4%에서 2월 50.8%로 낮아졌으며 이달에는 50% 아래로 내려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달에는 승용 모델의 감소세가 반전될 계기가 없는 반면, SUV는 출시 100일을 맞은 팰리세이드의 판매 본격화와 8년 만에 신차로 출시된 쌍용차 코란도 등에 따라 판매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팰리세이드의 인기는 국내 대형 SUV 시장 지형을 바꿀 정도로 뜨겁다. 현재까지 팰리세이드 누적 계약 대수는 5만5000대로, 계약 이후 차량 인도까지 트림에 따라 최대 9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반면 승용 모델은 현대차의 YF쏘나타와 MD아반떼, 르노삼성의 SM5 등이 판매 호조를 보였던 2010년 점유율 77.4%를 기록했지만, 2014년에는 66.0%로 떨어졌고 지난해는 53.5%까지 내려섰다.
이런 승용 모델의 비중 감소에는 '국민차'로 불렸던 쏘나타의 판매 감소 영향이 컸다.
쏘나타 판매 추이를 보면 6세대 YF쏘나타 판매가 본격화한 2010년에 15만1377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7세대 LF쏘나타가 출시된 2014년에는 10만7836대로 줄었고, 2016년 8만2203대, 지난해 6만5846대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그런만큼 승용 모델 부활의 키는 지난 21일 공개된 신형 쏘나타가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5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신형 쏘나타에 대한 초반 분위기는 기대 이상이다. 현대차는 사전계약을 진행한 결과 8일 동안 1만2323대가 계약돼 이전 모델의 월평균 판매량 2배 수준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세대 쏘나타의 사전계약 때보다 다소 감소한 실적이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열풍에 따라 세단 수요가 최근 5년간 20% 줄어든 상황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택시 모델 없이도 연간 7만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힌 대로 쏘나타가 성공을 거두면 국내 승용 모델이 부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