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심판들 모두 최고라고 합니다."
'도마의 신' 양학선(27·수원시청)의 시즌 첫 국제대회, 월드컵 2연속 금메달 현장을 국제심판 자격으로 동행한 이주형 공주대 교수(1999년 톈진세계선수권 평행봉 금메달리스트)는 현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후배의 쾌거에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양학선은 24일 카타로 도하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월드컵 도마 종목에서 압도적인 연기로 2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2차 시기 평균 15.266점으로 '우크라이나 라이벌' 이고르 라디빌로프(1-2차 평균 14.916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8명의 파이널리스트 중 5번째로 포디움에 선 양학선은 1차 시기 난도 6.0, 자신의 기술 '양학선(일명 양1, 도마 앞 짚고 공중에서 세바퀴 비틀기)'을 시도했다. 실시에서 9.466점을 받아내며 15.466점을 찍었다. 2차 시기, 난도 5.6의 로페즈(스카하라트리플, 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비틀기)도 가볍게 뛰어냈다. 이번에도 실시점수는 9.466점, 합산 15.066점을 받았다. 1-2차 시기 평균 15.266점, 3명의 선수가 남아 있는 상황이었지만 감히 넘볼 수 없는 점수, 압도적이고 독보적인 연기였다. 출전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15점대 점수로 절대적인 우승을 확정지었다.
양학선은 지난 17일 17개월만에 출전한 국제무대, 아제르바이잔 바쿠월드컵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도마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그로부터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또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3년 벨기에 안트워프세계선수권 금메달 이후 6년만에 연거푸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지난 2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1등하는 것을 다시 버릇처럼 만들어야 한다. 이기는 습관을 가져야 큰 대회에서도 금메달은 당연히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며 투지를 불살랐던 그가 금메달의 약속을 지켰다.
도하월드컵에서 양학선은 또 한번 진화했다. 바쿠 대회 당시 흔들렸던 착지를 보란듯이 잡아냈다. 1-2차 시기 평균 14.970점이었던 점수를 평균 15.266점까지 끌어올렸다. 최고 난도의 '양학선' 기술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착지를 선보이며 2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햄스트링, 아킬레스건 부상 등을 딛고 오랜만에 나선 국제대회에서 '올림픽 챔피언'의 클래스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양학선은 경기 직후 "이번 일정이 무척 길고 많이 힘든 시간이었지만 복귀전을 잘 치러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양학선은 15점대 점수를 찍고도 더 완벽하지 못했던 부분을 재차 돌아봤다. "2차 시기 로페즈 기술에서 한발이 밀렸다. 더 완벽하게 할 수 있었는데 조금 안전하게 하자 생각하다 한발 움직였다. 아, 더 완벽하게 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2주 연속 대회가 이어지는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훈련과 실전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 양학선은 부상 관리에 집중했다. "내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경기에 임했다. 무조건 좋은 생각만 하면서 뛰었다. 뛰어가는 것만 편하면 짚는 타이밍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에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금메달 비결을 귀띔했다. "한국에서 신형욱 감독님이 격려해주시고, 함께 동행하신 이선성 코치님이 오늘 잘할 거라고 계속 말씀해주셔서 잘된 것 같다"며 코칭스태프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오늘 내가 원하는 만큼 기술이 잘 나와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앞으로도 부상없이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현장에서 양학선의 경기를 지켜본 이 교수는 "현장에서도 다들 최고라고 한다.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은 것 같다. 다른 선수들보다 스타트 점수(난도)도 높고, 착지 훈련만 잘하면 될 것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자신감을 통해 내년 도쿄올림픽까지 잘 준비할 것이라 믿는다"며 선배로서, 체조인으로서의 기대감을 표했다.
돌아온 세계 무대에서 '도마황제의 귀환'을 알린 양학선은 24일 귀국해 6월 제주 코리아컵과 10월 세계선수권을 준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