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3월 A매치가 펼쳐진 울산월드컵경기장.
10도를 넘나드는 따뜻한 기온. 꽃 내음을 담은 바람까지 살랑 불어오며 완연한 봄을 알렸다. 경기장에도 A대표팀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팬들의 발걸음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킥오프까지 네 시간도 더 남았지만, 일찌감치 경기장을 찾아 분위기를 만끽했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여자월드컵 트로피투어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윤덕여 감독과 김장미 장슬기를 비롯해 조병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홍명보 협회 전무이사 등이 참석했다. 또한, 사라미 바레맨 FIFA 여자축구 책임자가 찾아와 자리를 빛냈다.
팬들도 함께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오며가며 '뭐지?'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더 많았다. 이곳저곳에서 "선수 이름이 뭔가요" 묻기 급급했다.
감독과 선수들도 냉정한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윤덕여 감독은 "사실 우리 여자선수들은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 설 일이 거의 없다. 팬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는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면 발전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장슬기 역시 "트로피투어에 오면서 많은 팬을 봤다. 솔직히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팬들도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덕여호는 한국 여자축구 사상 최초로 2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한국은 프랑스, 나이지리아, 노르웨이와 함께 A조에 속했다. 개막전부터 '어마무시'한 압박감 속에서 치러야 한다. 윤덕여호는 6월 7일 파리 파르크데프랭스에서 개최국 프랑스와 개막전을 치른다. 파리생제르맹의 홈구장인 파르크데프랭스는 4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어 6월 12일 그르노블에서 나이지리아와 2차전을, 17일에는 랑스에서 노르웨이와 3차전을 치른다.
하지만 그동안 차근차근 합을 맞추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지난 2013년 출범한 윤덕여호는 7년 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영광과 환희, 좌절과 슬픔도 함께 경험했다. 2015년 캐나다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에도 올랐다. 지난해 4월 평양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에서는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였던 북한을 상대로 1대1 무승부를 기록, 2회 연속 월드컵 역사의 길을 쓰기도 했다. 다만,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는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는 다시 한 번 환희의 영광을 누릴 차례다.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윤덕여호는 지난 1월 중국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중국, 루마니아, 나이지리아)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호주 4개국 친선대회(아르헨티나, 뉴질랜드, 호주)에서는 2승1패를 남겼다. 다음달에는 6일과 9일 아이슬란드와 용인과 춘천에서 2연전으로 평가전을 벌인다.
현장을 찾은 사라이 책임은 환영사를 통해 "아시아 축구는 유명하다. 볼소유가 높은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페어플레이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잉글랜드 리그에서 뛰는 지소연과 조소현, 지난해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여자선수상을 받은 장슬기가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 축구는 단순한 경기 그 이상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힘이다. 프랑스여자월드컵에 출전하는 24개국 가운데 일곱 번째로 한국에 왔다. 기존의 관심은 물론이고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 한국 여자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행사를 지켜본 대학생 이윤서 조민경 씨는 "여자 축구 선수를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여자 축구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 파이팅!"이라고 응원했다.
여자축구를 향한 아직은 쌀쌀한 바람. 프랑스여자월드컵과 함께 봄날이 올지 지켜볼 일이다.
울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