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배우 정영숙이 배우로서의 삶에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신줄 놓쳐도 사랑줄 꼬옥 쥐고 인생 첫 로망을 찾아 떠나는 45년 차 노부부의 삶의 애환이 스민 로맨스 영화 '로망'(이창근 감독, 메이스엔터테인먼트·제이지픽쳐스·MBC충북 제작). 극중 71세의 나이로 치매를 선고 받은 아내 이매자 역을 맡은 정영숙이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1968년 TBC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연극, 드라마, 영화를 오가는 50여년이 넘는 경력 동안, 약 100편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정영숙. 그는 여군, 부잣집 딸, 대책 없는 며느리, 다방 마담, 김정일 부인, 선덕여왕, 청각장애인, 엄한 시어머니 등 매번 다채로운 연기와 캐릭터를 보여주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최근 종영한 JTBC '눈이 부시게'에서 샤넬 할머니라는 역대급 캐릭터를 맡아 변신에 나이가 중요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그런 그가 이번 작품 '로망'에서는 71세의 나이로 치매를 선고 받은 아내, 이매자 역을 맡아 샤넬보다 더욱 값진 감동 로맨스를 선사한다. 천청 벽력 같은 자신의 치매 선고에 이어 남편까지 치매에 걸리게 되자, "치매도 옮아요?"라며 혹 자신의 탓은 아닌지 먼저 걱정하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의 모습과 아른아른 잊혀지는 삶의 기억 속에 더욱 애틋해지는 사랑으로 남편의 손을 꼬옥 잡은 노부부의 로맨스를 펼쳐낼 예정이다.
이날 정영숙은 최근 '눈이 부시게'부터 영화 '로망'까지 연이어 좋은 작품을 선보이게 된 거셍 대해 "너무 감사한 일이다. '눈이 부시게' 이후 '로망'으로 바로 전혀 다른 엄마를 선보이게 된게 너무 감사하다. 그동안 제가 TV에 안나오는 동안 연극을 쭉 해왔는데, 연극에서도 모두 다른 인물을 연기했다. 같은 여자의 일생이지만 다 다른 캐릭터를 했던 것 같아서 뒤돌아 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51년 동안 배우로 살아온 배우 정영숙. 그는 연기를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 "눈 감고 들어갈 때 영원히 쉬면 된다. 전혀 쉬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내가 부딪히면서 연극 등 작품을 하는 이유는 내게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생각에서 였다. '눈이 부시게'에서도 메인 멤버는 아니었지만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그는 "사실 학생때만 해도 배우가 될거라 생각 못했다. 선생님을 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배우가 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 그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제가 학생 때 교대를 간다니까 선생님이 너는 선생님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말렸다. 그러다가 4학년때 TBC 탤런트로 발탁돼 배우가 됐다. 하지만 처음에는 나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잠시 쉬는 동안에 정말 연기가 고프고 정말 재미있는 일이라고 깨닫게 됐다. 배우라는 일은 하게 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정영숙으로 태어나 배우가 아니면 정영숙의 인생 딱 하나만 살았을 텐데 배우를 하면서 다양한 삶을 연기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이순재 선생님의 나이때까지도 나는 계속 배우를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망'은 이창근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이순재, 정영숙을 비롯해 조한철, 배해선, 진선규, 박보경, 이예원 등이 출연한다. 4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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