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세월호 참사 다룬 '악질경찰', 일단 영화를 보면 오해와 논란보다 공감과 지지를 해주지 않을까요?"
강렬한 악역으로 매 작품 인생 캐릭터를 만든 배우 박해준(43). 그가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진심을 전했다.
범죄 영화 '악질경찰'(이정범 감독, 청년필름·다이스필름 제작)에서 거대 기업 태성그룹의 회장 정이향(송영창)의 오른팔 권태주를 연기한 박해준. 그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악질경찰'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악질경찰'은 '열혈남아'(06)로 데뷔, 두 번째 연출작인 '아저씨'(10)로 628만 관객을 동원하며 범죄 액션 영화의 신드롬을 일으킨 이정범 감독의 신작이다. 악질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누군가를 만나 변해가는 모습을 다룬 '악질 경찰'은 그동안 많은 범죄 장르에서 다뤘던 비리경찰 혹은 현실에 타협하는 경찰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악질 캐릭터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악질경찰'은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13, 장준환 감독)의 총기전문 저격수, tvN 드라마 '미생'의 쓸쓸한 직장인, '4등'(16, 정지우 감독)의 피해자이자 가해자 수영강사 등을 통해 탄탄한 열연을 펼친 충무로 '신 스틸러' 박해준의 존재감 또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악질경찰'에서 젠틀한 외모와 180도 다른 강도 높은 폭력을 휘두르는 박해준의 모습은 지금까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악(惡) 그 자체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비리가 일상인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와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중요한 단서를 지닌 미나(전소니)를 쫓으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박해준. 또 다른 인생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날 박해준은 "사실 내 캐릭터가 세월호 소재와는 먼 부분이라 깊이 생각을 못 했다. 그런데 촬영 중반 미나가 '너희 같은 것들도 어른이라고…'라는 대사를 들으면서 많이 각성하게 됐다. 나도 3살, 7살 아들을 둔 아빠이자 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는 정말 비극으로 다가왔다. 이후 '악질경찰'을 만나게 됐다. 그래서 더 집요하게, 악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누가 되지 않고 해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촬영에 임했던 것 같다. 촬영이 힘들어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사실 주변에서 이 작품에 대해 세월호 참사 소재를 다룬 이유로 겁을 먹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나는 왜 겁을 내야 하는지 몰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소재라는 게 정치권에서 그걸 이용해서 뭔가를 해서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가 담은 이야기는 정말 일어난 참사고 사실을 알고 싶은 욕망이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는 건데 이걸 왜 겁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세월호 참사를 이용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악질경찰'은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그래서 두렵거나 무섭지 않다"고 답했다.
박해준은 "'악질경찰'은 그냥 꼭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많이 분이 많이 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열린 영화고 재미있는 영화다. 선입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영화지만 꼭 영화를 보고 판단했으면 좋겠다. 비단 많은 분이 영화를 봐달라는 이야기는 돈을 벌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시대에 살면서 같이 나누고 싶은 영화라는 뜻이다"며 "아무래도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라서 언급 자체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얼마 지나지 않은 참사를 상업적으로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누가 어떤 사람들이 감히 세월호 참사를 상업적으로 쓸 수 있겠나? 오해는 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면 그런 오해가 풀릴 것 같다. 세월호 이야기를 안 해서 잊히게 하는 게 유가족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는 오히려 이 이야기를 기억해줘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 걸 보여주고 싶다. 막상 영화를 보면 분명 오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악역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른 박해준. 그는 연이은 악역 도전에 "솔직하게 이선균 형보다 악역은 좀 더 잘하는 것 같다. 촬영할 때 이선균 형이 나를 보며 '너는 이런 역할 하는 게 재미있지? 너무 좋다'라는 칭찬을 해주더라. 악역으로 더 달려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생각해보니 그래봤자 악역을 몇 개 안 해봤다. 워낙 전작에서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앞으로 할 악역이 더 많은 것 같다. 과거에는 나 자신에 대해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든 독특한 역할을 찾아서 만들어 보여줘야겠다라는 생각이 강했다면 지금은 나 자신과 가까운 역할을 찾아야겠다고 생각으로 바꿨다. 나와 가까운 것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용기를 내서 내 모습을 보여주는 시간이 온 것 같다"며 "악역은 실제 내 모습은 아니지만 좀 더 집요하게 집중해서 연기해보고 싶은 욕구도 있다. 예전에 최민식 선배가 출연한 '악마를 보았다'(10, 김지운 감독)를 봤는데 그때 최민식 선배가 그 역할로 트라우마를 안겼다고 하시더라. 최민식 선배의 고백을 보고 나는 아직 그 정도로 극한에 치닫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할 악역이 많이 남았다"고 남다른 욕심을 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인 박해준은 잘생긴 외모 덕에 '한예종의 장동건'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해준은 "'한예종의 장동건' 수식어는 학교 다닐 때는 들어본 적도 없다. 대체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현재 tvN '아스달 연대기' 촬영 중인데 실제로 장동건 선배랑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장동건 선배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현장에서 보살이다. 얼굴에 힘들거나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티 하나 안 내고 후배들의 농담도 다 받아준다. 부처님이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한번 현장에 가서 장동건 선배에게 '내가 한예종의 장동건'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말해봐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물론 멜로 장르도 하고 싶다. 부끄러움이 많은 타입인데, 여배우들 만나면 특히 부끄러워한다. 편하게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간지러운 멜로는 아니더라도 츤데레 멜로를 도전해보고 싶다. 실제로 츤데레 매력이 있는 편이다"고 농을 던졌다.
한편,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쓰레기 같은 악질 경찰이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선균, 전소니, 박해준, 송영창, 박병은, 김민재, 남문철, 정가람 등이 가세했고 '우는 남자'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