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연예인은 행위 자체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공인은 아니지만 공인적 역할을 해야 하고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지금 문제가 되는 사회적 물의는 절대 있을 수는 없는 거다."
연기 경력 63년차의 '대배우' 이순재(83). 영화 '로망'으로 또 다시 관객에게 진한 감동을 전할 준비를 마친 그가 영화 개봉에 앞서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젊은 연예인들을 향해 일침했다.
정신줄 놓쳐도 사랑줄 꼬옥 쥐고 인생 첫 로망을 찾아 떠나는 45년 차 노부부의 삶의 애환이 스민 로맨스 영화 '로망'(이창근 감독, 메이스엔터테인먼트·제이지픽쳐스·MBC충북 제작). 극중 사랑이 남사스러운 무뚝뚝한 남편 조남봉 역을 맡은 이순재가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로망'은 한평생 가족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45년차 노부부가 동반 치매를 선고한 세월의 뒤통수에도 둘만이 간직한 부부의 첫 로망을 기억하며 생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고령화 치매 사회를 담담히 직시하고 사랑이라는 따스한 솔루션을 환기할 뿐만 아니라 부부의 '동반 치매'를 소재로 대한민국에 노년의 삶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와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이순재는 1956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로 데뷔, 국민의 눈물과 웃음을 자아내는 자타공인 63년차 국민 배우. 총 87편의 공연, 92편의 방송, 123편의 영화로 국보급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그는 '연기의 신'으로 불리고 모든 후배 배우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평생 연기를 해왔음에도 사극, 멜로, 코미디, 액션,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매번 연기 변신을 해왔던 그가 '로망'을 통해 사랑이 남사스러운 남편, 조남봉 역을 맡아, 치매 부부의 아릿한 로맨스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이날 인터뷰에서 "작년에 했던 연극이 전부 치매 연극이었다. '사랑해 당신도' '장수상회' 모두 치매를 다룬 연극이었다. 치매 연기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입을 연 이순재. 그는 치매 연기에 대해 "이 작품에서는 치매가 왔다 말다 하는 경증 증세를 보이는 치매였다. 그 디테일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아내의 치매 증상이 강했기 때문에 섬세한 감정이나 표정 연기가 필요했다. 치매 연기를 잘못하면 마치 바보처럼 그려질 수 있다. 정신 박약증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나이 때는 '치매'라는 게 더 가까이 느껴진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그는 노년 배우로서 "배우로서 치매에 걸리면 큰일난다. 밥벌이가 안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우리 배우의 가장 절대적 조건은 암기력이다. 암기력이 약해지면 물러날 때가 된거라 생각한다. 드라마를 하면서 젊은 친구들을 보면 정말 암기력이 탁월하더라. 예전에 우리 때는 그 정도의 대사를 외우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며 "그런데 최근 젊은 배우들을 보면 암기력도 남다른 것 같더라. 우리 나이 때 배우들을 보면 암기력이 떨어져서 배우를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그럴려면 암기력을 개발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또한 이순재는 과거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그때는 대본이 일주일 전 열흘전에 나와서 일주일 이상 연습해보고 슈팅에 들어갔다. 그런데도 녹화 단계에도 외우지 못해 촬영하면 대본 컨닝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렇게 하다보면 계속 그렇게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되다보면 나이먹을수록 연기를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도 젊은 시절부터 암기력을 훈련해야 한다. 암기력이 떨어지면 스스로 퇴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이순재는 60년전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과 현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90년대 연기자들 관련한 노조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에 80년대 중반에는 협회라는게 있었는데,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5만원 올리는 일도 거의 30년이 걸리기도 했다"며 "과거에는 우리 직종이 정당한 직업으로 평가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역사에 있다. 우리나라는 공연의 역사가 부족한 나라이다. 일본은 가부키, 중국은 경극이 있지만 우리는 마땅히 없지 않냐. 그래서 과거에는 뿌리가 없는 직종이라며 '상놈' '딴따라'의 직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예술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치약한 직종이라서 90%가 반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가장 하고 싶은 직업으로 등극한 연예인, 그리고 배우. 이순재는 최근 승리, 정준영 등 연예인들의 사회적 물의를 언급하며 "이번 사고를 통해서 다시 하고 싶은 직업 순위가 1위에서 10위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고 뼈있는 말을 전했다. 이어 "우리 때는 가난하지만 예술적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우리는 58년에 연극 시작하지만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 78년때 20만원의 출연료를 처음 받아봤다. 그때는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직종이었던 거다. 지금의 연예인들과 전혀 다른 상황거다"고 말했다.
이날 이순재는 최근 문제가 되는 연예인의 특권 의식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연예인이 특권이 어디있냐. 요새는 착각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기를 필요하는 직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열심히 하면 되는거다. 좋은 연기를 하고 좋은 노래를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다. 연예인은 행위 자체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공인은 아니지만 공인적 역할을 해야 하고 행동거지에 조심해야 한다. 지금 문제가 되는 사회적 물의는 절대 있을 수는 없는 거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요새 아이돌은 젊은 친구들에게 거의 우상화가 돼있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승리 같은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왜 그런짓을 하는 지 모르겠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주변의 유혹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젊은 배우들에 대해서는 "돈이나 환경 등 요새는 배우들이 역량만 있으면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배우들을 좀더 전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되야되는데 다들 대충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때는 사전 펴 놓고 대사 한마디 가지고 한시간씩 연습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연기의 기본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리고 젊은 친구들이 계속해서 연기 공부를 좀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젊고 인기가 많은 젊은 배우라도 나이가 먹으면 할수 있는 역할도 줄어들고 팬도 줄어드는데. 확실한 공부가 되지 않으면 그걸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는 이상의 연기력이 필요하다"며 "요새 배우들은 돈 버는 직종으로는 성공했다. 하지만 연기력으로는 아직 멀었다. 돈을 떠나 연기력에 집중해야 훗날에도 배우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따고 생각한다. 연기에 대해 더욱 전문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전했다.또한 이순재는 과거 연기적 환경을 언급하며 "그리고 우리 때는 방송국에서 탤런트를 뽑았다. 그 계통을 통해 원칙이나 자세 등이 트레이닝 된다. 그리고 선배들과 한 식구가 되면서 배운다. 봉고차 타고와서 쓱와서 가는 시대가 아니었다. 함께 발전했다는 거다. 지금은 지 차 타고 와서 지 연기만 하고 가더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럼에도 이순재는 "원칙 기본만 더 단단하게 하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거라는 좋은 배우들도 많다"고 기대감도 함께 드러냈다. 이어 "무엇보다 배우들의 외형이 달라졌다. 그때 170cm는 굉장히 큰 배우였다. 하지만 요새는 배우들은 체격 조건 외모도 다 달라졌다. 훌륭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역할을 위해 자기를 버리는 배우가 있고 어느 역할이든 자기를 내세우려고 하는 배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자기를 버릴 줄 아는 배우가 바로 김명민이다. 정말 자신을 버리면서도 역할을 위해 연기하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망'은 이창근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이순재, 정영숙을 비롯해 조한철, 배해선, 진선규, 박보경, 이예원 등이 출연한다. 4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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