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러십니까."
팀이 탄탄하게 잘 만들어진 것 같다는 말에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전문가들의 5강 진입 예상에는 "아래 쪽으로 예상해 주셔야 하는데"라며 농담을 던진다.
롯데 양상문 감독 이야기다. 본심은 다르다. "(상위권 예상에 대해) 감사할 일"이라고 정색을 한다.
양 감독은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마지막 시범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과 함께 사직 팬들 앞에 섰다. 올 시즌 좋은 경기를 약속했다.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긴 소감을 남겼다.
"비시즌 동안 투수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코치들과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시범경기 통해 좋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에 들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인을 믿고 던져주길 감독으로서 기대하고 있다. 타선은 어제와 오늘 라인업이 베스트라고 생각하고 변수가 없다면 개막전에도 이렇게 시작할 계획이다. 아수아헤도 캠프 때보다 힘이 실린 타구가 많이 나오는 모습이 고무적이다. 수비 역시 훈련을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여유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투-타-수비에 대한 파격적 칭찬의 메시지. 개막을 앞둔 사령탑은 통상 '보완'을 이야기 한다. 미리 잘 한다고 했다가 정작 시즌 들어가 구상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달랐다. 변화하려 노력한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했다. 커지는 팬들의 기대감에 대한 리스크는 사령탑이 져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다.
또 한가지 의도가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롯데는 투-타에 걸쳐 재능에도 불구, 아직 만개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이들의 활약 여부에 시즌 명운이 갈릴 공산이 크다. 투수에게는 늘 자신감 있는 공격적인 투구를 주문한다. 삼성과의 마지막 시범 2경기에서 올시즌 기대주들은 양 감독의 의중을 고스란히 피칭 속에 녹였다. 3선발 김원중은 19일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5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시범경기 내내 볼넷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의식적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넣어 빠른 승부를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선발 등판한 5선발 후보 박시영도 마찬가지였다. 3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역시 벤치가 주문한 공격적인 피칭이 주효했다. 9타자를 상대로 7타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3이닝을 34개의 공으로 마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경기후 박시영은 "무조건 볼넷을 주지 않고 스트라이크를 넣겠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위기를 수비 도움으로 극복하고 무실점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놀라운 사실은 삼성과의 2연전 동안 마운드에 오른 13명의 롯데 투수들이 단 1개의 4사구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명 개막을 앞둔 롯데 마운드에는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즌을 앞둔 롯데 벤치에는 활기가 넘친다. 선수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한다. 경직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무겁지 않게 늘 웃는 낯으로 농담을 던지며 덕아웃 분위기를 녹이는 양 감독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상황이다. 긍정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자유롭게 뛰어 놀 때 잠재력이 극대화 된다. 2019 롯데 야구가 기대되는 이유다. 시즌 개막을 코 앞에 둔 시점. 그라운드에서 춤 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