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플레이오프 미디어 데이였다.
21일 서울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행사.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6명의 사령탑과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였다. 코트 밖에서 '입담'은 화려했다. 약 1시간 10분의 미디어데이 동안 포복절도의 순간들이 많았다. 엑기스만 뽑은 미디어데이 폭소 도가니 8장면.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늙기 전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컨셉트를 확실히 잡고 나왔다. 평소 막역한 동갑내기 친구 추일승 오리온 감독이 타깃이었다. '가장 우승에 가까운 팀(소속팀 제외)'을 묻는 질문에 추 감독은 "혹시 우리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모비스가 가장 유력할 것 같다"고 가벼운 잽을 날렸다. 모든 사령탑이 모비스를 꼽았다. 그러자 유 감독은 "결정났는데, 여기서 그냥 끝내죠"라고 했다. 이후 "우리 말고는 오리온이다. 추일승 감독이 늙기 전에 한번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후, KT 양홍석이 유 감독에게 "이대성 선수와 자유투 대결을 했는데, 사령탑 중에는 누구와 하고 싶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유 감독은 "추일승 감독"이라고 말했다. 폭소의 도가니. 여기에 한 마디 더 붙였다. "늙기 전에"
▶오그먼 감독 "아니야 아니야"
유재학 감독과 추일승 감독이 티격태격하자, 질문이 하나 날아들었다. 모비스 이대성과 KCC 오그먼 감독에게 묻는 질문이었다. '유재학 감독과 추일승 감독 중 누가 더 늙어 보이냐'였다.
이대성은 "당연히 답이 나와있다. 감독님"이라고 했다. 질문을 착각했다. '누가 더 늙었냐'다. 유 감독이 레이저를 쏘자, 황급히 "당연히 더 젊다는 얘기"라며 얼버무렸다.
오그먼 감독에게도 같은 질문이 나왔다. 유 감독과 추 감독은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추 감독은 머리를 가리켰다. 머리 숲이 더 많고 흰 머리가 없는 자신이 더 젊다는 어필이다. 오그먼 감독은 싱글벙글 웃으며 "너무 어렵다"고 포기했다. 그러자 재차 두 감독은 답을 재촉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오그먼 감독은 "NO, NO"라고 하며 응답을 거부했다.
▶무리한 우승 공약
이대성은 "현대 모비스 제네시스 차를 타고 카 퍼레이드를 하겠다. 감독님과 같이, 선 루프에서 머리를 내밀고"라고 했다. 그러자 박찬희는 '강력한' 공약을 내세웠다. "인천 매장에서 두 달 일하겠다"고 했다. 사회자가 "가족도 있는데"라고 하자 "퇴근하고 보면 된다. 그만큼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자 김종규는 "창원 LG전자 본점에서 한달 동안 일하겠다'고 되받아쳤다. 약간의 틈을 두고 "감독님과 같이"라고 하자, 현주엽 감독은 '멘붕'에 빠졌다.
난감해 하던 이정현은 "전주 KCC에 공장이 있는데"라고 한 뒤 잠시 생각을 했다. "하루 인턴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승현은 "오리온 과자 1000만원을 사비를 털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했다. 우승을 해도 문제다.
▶신경전
6강 시리즈 예상을 물었다. 그러자 추일승 감독은 "KCC를 만나서 영광"이라고 했다. "한 번 져주는 게 예의 4차전에서 끝내겠다"고 했다. 이 말을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현주엽 감독도 "KBL을 위해서 4경기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3승1패. 서동철 KT 감독은 "현 감독이 KBL을 위한다고 했는데, 창원 팬을 위해 1번만 양보하겠다"고 응수했다. 더 나아가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에게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우리 야투율이 좋지 않은데, 이틀 정도 먼저 끝나면 연습이 가능하냐"고 타진하기도 했다. LG와 KT의 6강 승자는 전자랜드와 만난다. 그러자 유도훈 감독은 "워낙 행사가 많아서 우리도 쓰기 힘들다. 구단에 얘기해서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끝이 아니었다. 서 감독이 "적극적 검토 부탁드린다"고 하자, 유 감독은 "검토만 하겠다"고 되받아쳤다.
▶양홍석을 잡으면 우리가 진다
6강 시리즈에서 '꼭 이 선수는 잡아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이 나왔다.
LG 김종규가 '파문'을 일으켰다. 김종규가 '예의상' "양홍석을 막아야 할 것 같다"고 하자, 현주엽 감독은 김종규에게 귓속말을 했다. 사회자가 "어떤 말을 했냐"고 하자, 김종규는 "감독님이 양홍석을 잡으면 진다고 하셨다"고 했다.
웃음과 당황의 2연타. 현 감독은 마이크를 잡으며 "랜드리를 막아야 하는데, 뒷 얘기는 빼고 앞의 것만 얘기했다"고 '변명'했다.
▶감독님께 죄송한 6자 각오
6자 각오를 밝히는 시간. 오리온 이승현은 큰 결심을 한 듯 마이크를 잡았다. "감독님에게 죄송하지만"이라고 뜸을 들인 이승현은 "일승말고 우승"이라고 했다.
그러자, KCC 이정현도 재치있는 답변을 내놨다. "저희도 감독님 성함을 패러디한 것인데"라며 "우승이 오그먼"이라고 밝혔다.
모비스는 약간 불길한 6자 각오였다. 이대성은 "7전 전승 우승"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올 시즌 이대성은 이미 "54전승"이라고 했다가 곧바로 모비스가 패한 적이 있다.
▶영혼까지 털렸다.
본 행사는 오전 10시30분 시작. 선수들은 오전 9시부터 대기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양홍석은 김종규에게 많은 것을 물었다. 플레이오프 경험이 없는 양홍석은 "종규 형이 패기만으로 안되는 게 플레이오프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종규는 "제가 신인 데뷔 당시 'KBL을 뒤집어 놓겠다'고 했는데, '제가 뒤집어졌다'"고 자학 개그를 선보였다. 이후, "패기만 가지고 플레이오프를 덤볐다가 내가 영혼까지 털렸다. 챔프전 때 과격한 세리머니 이후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다"고 친절한 설명을 했다.
▶인 유어 페이스 덩크
유재학 감독과 이대성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자유투 대결을 했다. 이대성은 이 대결에서 이기면 코트에서 마음껏 플레이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을 요구했다.
유 감독이 승리를 거뒀다. 자유투 시도 때 유 감독은 코트에서 '날아들어' 이대성의 자유투를 방해하기도 했다. 미디어데이 직전 이대성은 "사실 이건 사회생활이죠"라고 했다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는 "당시 허를 찔렸다. (방해동작에) 허를 완전히 찔렸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승현이 "챔프전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속공 찬스가 났을 때, 레이업 슛을 쏠 것인가, 덩크를 할 것인가"라고 하자, 이대성은 "내 디딤발을 딛는 순간, '심장'이 시키는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유재학 감독은 "(덩크슛을 못 하도록) 수비하러 뛰어들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이대성은 "감독님이 수비를 하러 오셔도, '인 유어 페이스 덩크'를 할 것이다"라고 되받아치며 좌중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유재학 감독은 "사실 3년 전부터 이대성이 '자유이용권'을 가지고 있다. 내 위치가 (무리한 플레이를 하면) 말려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