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용규(34)의 트레이드 요구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틀째, 핵심은 '왜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구했느냐'다. 알려진 불만이 워낙 설득력이 떨어져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이용규는 지난 11일 한용덕 감독에게 트레이드 의사를 밝힌 뒤 지난 15일 재차 구단 운영팀장에게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이뤄지지 않을 시 방출도 원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불만은 정근우의 중견수 변신으로 인한 좌익수로의 포지션 이동, 테이블 세터에서 9번으로의 타순 이동 등이다. 베테랑 홀대와 자존심 상처, 기회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구도다. 지난해부터 한화는 리빌딩을 진행중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이 부여되고 있다. 고참들 사이에 팽배한 불만이 이번 사태를 키운 것으로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A선수의 계약 첫해, 개막직전 트레이드 요구는 가히 충격적이다. 베테랑 선수의 출전기회 축소와 존재감 하락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때마다 베테랑도 실력으로 내부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당위론이 힘을 얻었다.
이용규는 지난 1월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 FA계약을 했다. 2+1년에 계약금 2억원, 연봉 4억원, 연간 옵션 4억원. 2년간 확정 수입은 10억원이다. 3년째를 포함해 총 옵션은 16억원이다. 타석수 변화 등으로 인해 개인옵션 달성에 변수가 생길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FA계약 선수가 시즌 개막에 앞서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
이용규의 마음이 돌아선 다른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결론적으로 한화 구단은 아직 어떠한 다른 이유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답답해 하고 있다.
한화 구단은 16일과 17일 해당 부서 관계자들을 상대로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분명한 것은 계약서상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이용규와의 FA계약은 있는 그대로다. 이면 계약 등은 없다. 지금은 투명하지 않으면 모두가 망하는 상황이다. 이용규와는 계약 당시 감정 줄다리기가 있었지만 도장을 찍은 뒤는 서로 쿨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화 구단은 FA계약의 세부 옵션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공개하기 힘들지만 9번 좌익수로 선발출전해도 옵션 달성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용규 본인은 옵션 문턱이 다소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구단의 입장은 견고하다.
한용덕 감독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의 부족한 타석, 교체 등에 선수가 다소 아쉬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는 정규시즌과는 다르다. 베스트 멤버라는 뜻도 전했다. 나로서도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런 저런 불만을 모두 들어줄 수는 없다. 감독은 팀이 가장 강해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팀보다 더 중요한 선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화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매우 격앙돼 있는 상황이다. 오해가 풀리고 사태가 일단락 된다고 해도 정상화까지는 꽤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화는 지난 16일 야구장에 지각 출근한 이용규와 면담을 갖고 육성군(3군)행을 통보했다. 분명한 징계다. 구단 잘못이 명백했다면 징계는 사실상 불가했을 터다. 이용규는 17일 육성군 캠프(서산)로 출근해 훈련을 소화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