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개막전 등판을 사실상 포기함에 따라 그 역할을 누가 대신할 것인가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각) 스프링캠프가 진행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커쇼의 개막전 등판은)불가능할 것 같다. 그렇게 말하는 게 현실적"이라면서 "그래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달력을 보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더욱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커쇼가 어깨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실전에 나설 컨디션을 만들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달력'이라는 단어까지 끄집어낸 것이다. 커쇼는 지난달 21일 라이브 피칭을 하다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왼쪽 어깨에 염증이 생기는 바람에 훈련을 중단했고 열흘 넘게 치료와 재활을 병행했다.
커쇼는 지난 12일 불펜피칭을 재개해 20개의 공을 80%의 힘으로 던졌고, 3일 뒤인 15일 불펜피칭에서는 로버츠 감독 뿐만 아니라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도 지켜보는 가운데 31개의 공을 전력 피칭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커쇼 본인과 지켜본 이들, 공을 받아준 러셀 마틴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의견을 내보이며 고무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커쇼의 개막전 선발을 '불변의 것'인 냥 버티던 로버츠 감독은 하루가 지난 이날 입장을 바꿨다. 그 사이에 특이할 만한 상황이 생긴 것은 아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커쇼는 두 차례 불펜피칭서 직구만을 던졌고, 오는 19일 세 번째 불펜피칭서는 변화구도 시도할 계획이다. 시범경기 등판 여부는 19일 불펜피칭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9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개막전에 커쇼가 아닌 다른 투수가 선발등판하는 게 기정사실화됐다. 이에 대해 로버츠 감독은 "개막전 선발은 리치 힐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정확히 정해진 것은 없다. 모든 선발투수들이 현재 건강하게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고만 밝혔다.
현재 시범경기에 나서는 다저스 선발투수는 리치 힐, 훌리오 유리아스, 로스 스트리플링, 류현진, 마에다 겐타, 토니 곤솔린이다. 힐은 지난 7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 이후 실전 등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시범경기 성적은 류현진이 4경기서 10이닝 2실점, 힐은 3경기에서 6⅓이닝 3실점, 훌리오 유리아스는 4경기 9이닝 1실점, 마에다 4경기 10이닝 3실점이다.
류현진은 지난 15일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4번째 선발등판해 4이닝 동안 5안타를 내주고 2실점했다. 1회에만 4안타를 맞고 2실점했을 뿐, 이후에는 완벽했다. 투구수는 53개였다. 류현진은 남은 시범경기서 최대 두 차례 등판할 수 있다. 하지만 개막전 등판에 맞춘다면 한 경기에 나서는 게 이상적이다. 현재 구위와 경기운영에서 류현진이 밀릴 것은 없지만, 지난 3년간 꾸준히 선발 역할을 해 온 힐이 개막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만일 로버츠 감독이 커쇼의 개막전 선발을 끝까지 밀고 나갈 경우 배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선발 요원인 유리아스 또는 스트리플링을 묶어 '1+1'의 형태로 커쇼를 선발로 내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차기 에이스로 불리는 워커 뷸러도 아직 실전 등판을 하지 않고 있어 개막전 선발 후보로는 적당하지 않다.
로버츠 감독은 남은 10차례 시범경기에서 로테이션을 만지작거리며 개막전 선발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