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이정범(48) 감독이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려 했다면 나는 인간 쓰레기라 비판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쓰레기 같은 악질경찰이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영화 '악질경찰'(이정범 감독, 청년필름·다이스필름 제작). 전작 '우는 남자'(14)에 이어 5년 만에 신작 '악질경찰'로 관객을 만나게 된 이정범 감독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악질경찰'에 대한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밝혔다.
'악질경찰'은 '열혈남아'(06)로 데뷔, 두 번째 연출작인 '아저씨'(10)로 628만 관객을 동원하며 범죄 액션 영화의 신드롬을 일으킨 이정범 감독의 신작이다. 그동안 '열혈남아' '아저씨' '우는 남자'를 통해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인생을 살던 이가 누군가를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악질경찰'에서는 이기적으로 살아왔던 자신에 대한 참회의 메시지를 다뤘다는 점에서 전작과 차이를 뒀다.
무엇보다 악질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누군가를 만나 변해가는 모습을 다룬 '악질 경찰'은 그동안 많은 범죄 장르에서 다뤘던 비리경찰 혹은 현실에 타협하는 경찰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악질 캐릭터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특히 '악질경찰'은 영화 속 내용에 간접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다뤄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안산시를 배경으로 한 '악질경찰'은 극 중 사건의 키를 쥔 미나(전소니)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가 다뤄졌고 이밖에 단원고, 노란 리본 등이 영화 속에서 표현된 것. 다만 이러한 '악질경찰' 속 메시지가 지난 13일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세월호 참사를 가볍게 다룬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상당하다. 세월호 참사를 그저 상업영화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우려도 심심치 들리고 있는 중. '악질경찰'의 진정성이 관객에게 얼마나 동의받을 수 있을지 영화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이정범 감독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논란을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그동안 작업하면서 이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전작에서는 이 정도면 완성했다고 했을 단계에도 3~4번 더 수정 기간을 가졌다. 그런데 이 영화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수정 기간이 전작보다 배는 더 걸렸다. 우리 영화로 상처 받은 사람이 있으면 안 되니까 더 철저하게 작업하려고 했다. 자기 검열을 해야 했다. 이미 논란에 상처받을 단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단단해졌다. 세월호 유가족 분들의 평이 제일 두려웠고 나에겐 칼 같은 것이었다. 그래도 좋은 말을 해주셔서 다행이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정범 감독은 "'굳이 세월호를 다뤘어야 했나?'라는 논점이 있다. 세월호로 이슈화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평도 있었다. 세월호를 이용했다면 내가 인간 쓰레기일 것이다. 이제 나이 50세를 앞두고 딸을 키우고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한다면 인간 말종일 것 같다. 캐스팅 당시 어떤 배우는 미나와 관련된 세월호 설정을 고쳐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미나가 왜 상처받았고 어디에 절망을 빠졌는지에 대해 알아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감히 이야기를 한다면 살아남은 아이들에 대한 위로를 하고 싶었다. 살아남은 아이들이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취재하면서 알게 됐다. 사실 그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있을 때 영화를 만들어 보여주고 싶었다. 이미 성인이 돼버렸다. 어떤 어른 한 명이 나서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은게 이 이야기를 선택했던 지점이다. 조금이라도 그걸 느껴준다면 소임을 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굳이 세월호가 되지 않아도 됐지 않을까?'라는 물음에 대해 어떻게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공론화 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악질경찰'은 이선균, 전소니, 박해준, 송영창, 박병은, 김민재, 남문철, 정가람 등이 가세했고 '우는 남자'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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