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채흥 vs NC 김영규.
14일 대구에서는 흥미로운 좌완 맞대결이 펼쳐졌다.
공통점이 있다. 2년 차 좌완투수. 스타일도 흡사하다. 불같은 강속구 보다는 정교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는 유형의 투수들.
올시즌 나란히 새롭게 선발진 진입을 노린다. 선발 테스트였던 만큼 이날 경기는 두 투수에게 중요했다. 단지 시범경기가 아니었다.
두 투수는 정규 시즌 처럼 열심히 던졌다. 내용도 합격점이었다.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경기 운용 능력이 돋보였다.
삼성 선발 최채흥은 3회까지 경쾌하게 던졌다. 1회를 공 6개로 삼자범퇴 처리한 뒤 2,3회도 각각 13개씩 던지며 큰 위기 없이 이닝을 마쳤다. 안타와 볼넷을 하나씩 내줬지만 두 차례 모두 더블아웃으로 위기를 넘겼다.
1-0으로 앞선 4회가 관건이었다. 예기치 못한 불운이 닥쳤다. 선두 이상호에게 빗맞은 우전안타를 내준 것이 전조. 후속 김찬형을 빠른볼로 삼진 처리했지만 권희동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해 1사 1,2루. 베탄코트의 3루 땅볼을 병살플레이로 연결하려던 최영진의 2루 송구가 높았다. 2루주자가 홈을 밟아 1-1 동점. 모창민에게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를 유도했지만 햇빛이 좌익수 김헌곤의 시야를 방해해 타구를 놓쳐 안타 처리됐다. 1-2 역전. 계속된 위기에서 지석훈의 적시타 등으로 2점을 더 내줬다. 병살플레이가 성공했다면 4점 모두 안줄수도 있었던 점수였다.
불운에도 최채흥은 흔들림 없이 자기 공을 던졌다. 4회 이우성 신진호를 범타로 돌려세우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5회에도 김성욱 이상호를 연속 삼진 처리하는 등 실점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선발 5이닝 동안 74개를 던지며 5피안타 4탈삼진, 2볼넷 4실점(2자책). 최고 구속은 142㎞였지만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완급조절을 하며 NC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NC 선발 김영규의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단 1경기도 1군 등판이 없는 투수라곤 믿기지 만큼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경기 전 NC 이동욱 감독은 김영규에 대해 "익스텐션이 2m에 달한다. 타점도 높고 무엇보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라고 장점을 소개했따. 말 그대로였다. 쌀쌀한 날씨 속에 최고 구속은 142㎞에 그쳤지만 차분하게 타자 좌우를 구석구석 파고드는 공에 상승세 삼성 타선도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1회 2사후 김헌곤의 솔로홈런이 김영규에게서 빼앗은 유일한 득점이었다. 홈런을 내준 이후 김영규는 더 차분해졌다. 2,3,4이닝을 3연속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5회 선두 김동엽을 플라이아웃 처리하고 52개를 던진 그는 마운드를 윤지웅에게 물려줬다. 선발 4⅓이닝 동안 1피안타 4탈삼진 1실점의 눈부신 호투. 무엇보다 단 하나의 볼넷도 내주지 않은 제구력이 일품이었다.
눈길을 끌었던 좌완 2년차 선발 맞대결. 양 측 벤치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선발 로테이션 진입 가능성을 높인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