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계약한 외국인 타자 5명 가운데 100만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는 4명이다. 신규 외국인 선수는 100만달러를 초과해 계약할 수 없지만, 재계약 대상자들은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을 보장된 몸값 기준으로 나열하면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 삼성 라이온즈 다린 러프, 한화 이글스 제라드 호잉,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 순이다. 해당 팀에서 3번 또는 4번을 치는 핵심 중심타자들이다.
이들은 전지훈련서 별다른 컨디션 이상없이 시즌을 준비했다. 시범경기서 이들이 어떻게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KBO리그로 들어오는 외국인 타자들의 기량이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라고 하지만 검증된 2~3년차 타자들에 견주기는 힘들다. 한 방송 해설위원은 "국내 야구에 똑같이 적응했다 하더라도 투수보다는 타자가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도 러프, 로하스, 로맥이 공격 각 부문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KBO리그 3년차인 로하스는 미국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키움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뽑아내는 등 페이스가 좋은 편이다. 로하스는 지난해와 달리 4번 타순에 고정될 예정이다.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이 4번 타순이다. 로하스는 지난해 2, 3, 4번을 오르내리며 타율 3할5리, 43홈런, 114타점을 기록했다. 도루도 18개나 뽑아내며 기동력을 발휘했다. 로하스의 보장 몸값은 외인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은 150만달러(인센티브 10만달러 제외)다. 지난해 100만달러에서 50%나 인생됐으니 KT의 기대치를 읽을 수 있다.
삼성 러프는 기복이 작은 게 강점이다. 그는 데뷔 시즌인 2017년 초반, 즉 3~4월에 타율 1할5푼에 그치는 등 형편없는 타격 때문에 "저런 타자도 있나"라는 비아냥까지 들었지만, 적응을 마친 뒤 가장 무서운 타자가 됐다. 지난해에는 7월을 제외하고 매달 월간 타율이 3할 이상을 때렸다. 137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푼, 33홈런, 125타점 등 모든 부문서 첫 시즌보다 좋은 기록을 냈다. 지난 겨울 재계약 협상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러프는 부동의 4번타자다. 지난 4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서 가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리는 등 시범경기를 앞두고 타격감을 잔뜩 끌어올렸다.
한화 호잉은 전지훈련서 지난해보다 더욱 많은 땀을 흘렸다. 체중을 늘려 전훈캠프에 참가한 호잉은 아직은 타격감이 완벽하지 않지만 팀은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KBO리그 첫 시즌인 지난해 142경기에서 타율 3할6리, 30홈런, 110타점을 올린 호잉은 올해 주로 3번 타순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호잉-김태균-이성열로 중심타선을 짤 계획이다. 호잉은 지난해 후반기 타율이 2할8푼2리로 고전했다. 체력적인 문제가 컸다. 미국에서 쉬는 동안 이 부분에 신경을 쓰며 체력 훈련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의 보장 몸값은 70만달러에서 올해 110만달러로 인상됐다.
SK 로맥은 올해도 4번타자로 나선다. 로맥에 대해 "4번타자로 대체불가"라고 한 염경엽 감독은 최 정-로맥-한동민-이재원-정의윤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앞세워 한층 업그레이드된 대포 군단을 꾸리겠다는 계산이다. 2017년 시즌 도중 SK에 합류한 로맥은 지난해 타율 3할1푼6리, 43홈런, 107타점을 기록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인타자로 올라섰다. 지난 7일 롯데와의 전훈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3타점을 때리며 시범경기를 앞두고 타격감을 조율했다. 로맥의 몸값은 지난해 50만달러에서 105만달러로 크게 올랐다.
이들 4명은 올시즌 홈런왕 후보들이다. 검증된 실력을 전지훈련서 더욱 갈고 닦은 이들은 시즌 초반부터 뜨거운 장타 경쟁을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범경기는 그 전초전이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