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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인터뷰]지소연"佛월드컵 개막전 경기장서 PSG와 챔스8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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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월드컵 16강, 개인 목표는 4년전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메시' 지소연(28·첼시 레이디스)이 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소속팀 첼시로 돌아갔다. 7일 호주 4개국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이튿날 다시 장도에 올랐다. 런던에서 호주로 이동, 브리즈번, 시드니, 멜버른에서 경기를 치른 후 서울로 돌아와 런던으로 다시 이동하는 숨가쁜 일정이다.

출국 직전 만난 지소연은 지난 2주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매경기 보여준 치열한 분투 탓에 볼살이 쏙 빠져 있었다. 잉글랜드 슈퍼리그 선두 맨시티전에서 나홀로 2골을 몰아치며 2대2 무승부를 이끈 지소연은 호주 대회 3경기에서 3경기 연속골, 총 4골을 터뜨리며 대회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우승팀, 개최국 호주대표팀이 아닌 한국대표팀에서 최우수선수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호주 현지에서 윤덕여호의 경기를 직접 지켜본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개최국 호주 선수들을 제치고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지소연 선수가 자랑스럽다"고 극찬했다.

지소연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지소연은 개인의 영광보다 오직 조직력, 팀플레이, 승리만을 생각했다고 했다. "6월 월드컵까지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다. 조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까, 어떻게 더 좋게 만들까에 대한 생각만 했다. 모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고민이 됐다. 한번 모였을 때 집중해서 월드컵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지소연은 이번 대회 4골을 포함, 통산 53골을 기록중이다. 차범근 전 수원삼성 감독의 국가대표 최다득점 58골 기록에 5골 차로 다가섰다. 이에 대해 지소연은 "기록은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의식하게 되면 부담감 때문인지 더 안되더라. 매 순간, 매 찬스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지소연이 최근 골을 몰아치는 이유는 포지션, 전술 변화 덕분이다. 원톱, 섀도 스트라이커,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 지소연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중앙미드필더로 뛰는 경우가 많았다. "첼시에서도 섀도 스트라이커 포지션으로 올릴 때마다 좋은 기회가 온다. 맨시티전 2골도 그렇게 나왔다"고 했다. 지소연은 "포지션상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슛 기회가 많지 않았고, 자연스레 골과 멀어졌었는데 최근 대표팀, 소속팀에서 섀도 포지션으로 올라서면서 기회가 올 때마다 골을 넣으려고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따르는 것같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골의 순도가 높았다. 호주전(1대5패)에서 이름값을 증명한 '사이다' 프리킥골, 뉴질랜드전 후반 교체 투입돼 승부를 가른 짜릿한 중거리 결승골은 자타공인 월드클래스였다. 지소연은 "호주전 프리킥 위치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자리였다. 어릴 때부터 가장 익숙하고, 가장 자신 있는 자리"라고 했다. 자타공인 '지소연 존'이다. 0-0으로 팽팽했던 뉴질랜드전(2대0승) 후반 15분 교체투입된 지소연의 골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소연은 이에 대해 "전반전 벤치에서 지켜보면서 패스가 읽혀 뉴질랜드가 쉽게 막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팀들과 상대하려면 원터치 패스를 통해 존을 빨리 무너뜨리고, 2선에서 2~3명의 선수, 특히 볼을 안갖고 있는 선수들이 함께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체 직후 찬스가 왔을 때 집중했던 것이 운 좋게 들어간 것같다"며 미소 지었다.

프랑스여자월드컵의 해, '에이스' 지소연의 상승세는 반갑다. 지소연은 "4년 전 월드컵에서 너무 못했다.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올해는 좀더 즐기는 마음으로 부담갖지 말고 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호주 4개국 대회, 아르헨티나와 뉴질랜드에 완승했지만 강호 호주에게는 완패했다. 지소연은 "대회가 끝난 후 눈물을 흘리는 후배들도 있었다. 자책하는 후배들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더 울고, 더 상처 받고, 더 깨져야 한다. 그래야 성장한다. 더 치열하게 느끼고 뼈저리게 깨달아서 우리는 더 잘하고, 더 잘돼야 한다. 이번 대회 우리가 경험한 실수, 실패들은 모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런던 복귀 후에도 살인적인 스케줄이 이어진다. 14일 리버풀 원정, 17일 더햄과의 FA컵 8강, 22일, 28일, 파리생제르맹(PSG)과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전 1-2차전을 치른다. 31일엔 '한솥밥 선배' 조소현(웨스트햄)의 첫 '코리안더비'도 예정돼 있다. 지금과 같은 최고의 폼을 유지하려면 체력 회복이 관건이다. 지소연은 "솔직히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이동거리가 길고, 바쁜 경기 일정이다. 잘 먹고, 푹 잘 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바쁜 일정 속에도 축구, 도전을 향한 설렘과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볼프스부르크에게 패했다. 이번엔 꼭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8강에서 파리생제르맹을 이기면 4강에서 최강 올림피크 리옹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모두 프랑스 팀이다. 월드컵 개막전 상대인 프랑스 팀을 상대로 전력을 미리 탐색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파리생제르맹 원정은 월드컵 개막전이 열리는 경기장, 파르크데프랭스에서 열린다. 경기장 잔디 상태, 분위기, 선수들 면면을 직접 파악할 좋은 기회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을 팀과 적극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드컵의 해, 소속팀과 대표팀, 개인적인 목표는 그 어느때보다 또렷하다. "현재 첼시레이디스가 리그 3위다. 최선을 다해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고 싶다. 프랑스월드컵에서는 16강 이상 가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인 목표는 4년 전보다 성숙한 모습,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는 것"이라며 웃었다.4월 열리게 될 여자축구 A매치를 앞두고 여자축구 팬들을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월드컵의 해, 한국에서 정말 오랜만에 열리는 여자축구 A매치입니다. 많은 분들이 여자축구를 응원해주시면 그 힘을 받아서 월드컵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매치 많이 홍보해 주세요. 관중석을 꽉 채워주세요."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